선거의 계절이다. 매해 그렇듯이 이맘때가 되면 총학생회장 선거 운동원들의 구호 소리가 캠퍼스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마침 올해는 총장 선거도 겹쳐서 학교 전체에 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선거에 즈음하여 몇 가지 단상을 적는다.

우선 후보자일 때 초심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선거 기간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정책을 홍보하고 본인이 선택받아야 공동체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당선인이 되고 공동체를 이끌게 되면 현실과 타협하면서 후보자일 때의 초심을 잃는 경우를 종종 본다. 선기 기간 유권자를 받들던 그 마음, 공동체 발전을 위해 전력을 바치고자 했던 그 사명감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 대학의 중장기 발전 방향이 분명해야 할 것이다. 학령 인구의 급감으로 대학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발전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중장기 발전 방향이 중요하다. 발전 방향은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면서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내외의 환경 변화를 이유로, 혹은 당장 눈앞의 이해를 이유로 발전 방향이 방치되고 조변석개 식으로 학교 행정이 운영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혹 중간에 비전을 변경하게 되면 구성원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이해를 구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셋째, 선거는 대학의 역할과 위상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대학은 사회적 위상이나 역할을 논하기 부끄러운 존재가 되어 있는데, 이런 상태를 수수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장의 취직 문제가 시급하다고 해서 대학 교육의 목표가 취업률 제고에 있어서는 곤란하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현실과 사회에 대해 비판적이고, 새로운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대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진리, 정의, 창조라는 교훈을 되새기며 우리 대학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진리를 추구하여 인간과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 방향을 제시하고, 정의를 추구하여 부정부패가 없는 사회를 만들며, 창조를 추구하여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히고자 제주대학교는 탄생하였다. 우리 대학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대학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그에 맞는 대학 발전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후보자들을 기대한다.

총장 선거는 앞으로 4년 간 우리 대학의 운명, 더 나아가서는 2020년대 우리 대학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행사이다. 구성원 모두는 선거가 우리 대학의 미래와 발전 방향을 논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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