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해
적폐 언어는 그만 없어져야
언어 사용의 적정을 살필 때

<유네스코 지정문화유산 해녀의 민속과 어문학>이란 학술대회가 제주대학교에서 열렸다. 한 분이 기조 발표 중 용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시 ‘제주해녀’로 하느냐, ‘한국해녀’로 하느냐로 한창 논쟁이 많았다고 했다. 

학문과 정치에는 ‘반성과 비판’이 따라야 한다. 대학은 비판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곳이다. 그릇되고 잘못된 용어를 맹목적으로 그대로 따라 사용함은 좋지 않다. 

<‘Jeju Haenyeo(Women Divers)>’로 기록되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Jeju Haenyeo[제주해녀]’로 적었으니, 이는 제주해녀가 변신되어 마치 일본 해녀[아마(あま)]가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우먼 다이버스(Women divers)’ 또는 Woman’s Diving을 ‘제주해녀’로 해석할까? 하는 의구심에다 기우(杞憂) 마저 든다. 제주 고유의 풍속을 잃을까 염려스럽다. 정통성(正統性)을 찾아야 한다. 

직역이든 의역이든 음역이든 번역은 제2 언어의 창조요, 고도의 정신적 창의다. 번역은 언어의 혼란과 무질서를 정돈과 질서로 바꿔주는 작업이다. 그러기에 언어는 햇빛과 같은 존재다.

제주방언 연구의 권위자이자 대가이신 현평효 박사의 『제주도방언연구(1962)』에는 ‘잠녀(潛女) / ‘잠수(潛水) / 해:녀(海女)’로 적혀있다. 그리고 고재환 박사는 『제주어 나들이』(2017)에서 ‘해녀’란 말은 제주어가 아닌 일제 잔재어 ‘아마[あま:海女]에서 비롯한 말이며 한자어인 <잠녀(潛女)>가 진짜 제주어이므로 유네스코 등재에 앞서 제주어 표현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하였다. 때마침 국립국어원에서는 한글 소실문자 4개중 하나인 ㆍ(아래아)를 적도로 허용했다. 이는 제주말 표기에서 고유 방언을 살려 적기 위함이다. 그러니  제주 말을 다듬어 가꾸어야 한다.

‘해녀’란 말 자체가 일어 한자어인데다가 ‘잠녀(潛女)’는 발음상 어감(語感)이 안 좋아 꺼려하니, 다른 말이 없을까? 깊이 생각하니 잠수(潛嫂)란 말이 떠올랐다. 잠수의 수(嫂)는 여자를 높여 이르는 뜻이다. 이를테면 형의 아내를 형수(兄嫂), 아우의 아내를 제수(弟嫂), 막내아우의 아내를 계수(季嫂)라 불렀다. ’수(嫂)‘에 비해, ‘녀(女)‘가 어떤 말 뒤에 붙으면[아낙네, 여편네, 여인네 따위] 낮추어 보는 뜻을 지닌다.

바다에서 자맥질 하는 여자를 높여 부르면 ‘잠수‘요, 낮추면 ’잠녀‘가 된다. 달리 ’해수(海嫂)‘로 부를 수도 있겠으나 ’잠수‘가 나아 보인다. 일어 ’海女-아마(あま)‘ 대신, 우리말 ’잠수‘로 부르면 좋지 않을까?

아무리 바다에서 자맥질하는 여자라도 높여 대접해드린 선인들의 정신을 받들어, ’잠녀‘ 보다는 ’잠수‘로 불러 제주 여인들의 사기를 돋우어야 한다. 어찌 보면 ‘해녀(海女)’와 ‘부락(部落)’은 일어의 잔재인 적폐 언어에 해당한다. 

지금 제주에서는 경멸의 뜻을 지닌 ‘부락’이란 말도 ‘마을’로 바뀌었다. 많은 분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마을’이란 말이 정착하는데 근 30년이 걸렸다. 거슬러 올라가면 30년 보다 더 오래됐다. 

‘부락’처럼 ‘해녀’란 말도 머지않아 바뀌리라 믿는다. 제발 일어 ‘해녀’를 쓰지 말고, ‘우먼 다이버스(Women divers)‘우먼스 다이빙(Woman’s Diving)’을 <제주 해녀>로 해석하지 말자. 오역이 안 나왔으면 한다. 그릇되고 좋지 않은 말은 바로 고쳐 그 정통성을 살려야 한다.

독자 여러분! 말에는 씨가 있다. 말에는 뜻(의미)이 있다. 한 번 그릇되거나 잘못된 말이 굳어지면 고치기가 어렵지만 뜻이 안 좋은 말을 그냥 그대로 둘 수는 없지 않는가?

만시지탄이라도, 그르고 잘못된 말은 바꾸어 고쳐야 한다. ‘제주해녀’를 ‘탐라 잠수(zamsu, 潛嫂)’로 불러야 한다.

해서는 안 될 말, 버려야 할 말과 살려야 할 말, 뜻있는 말과 무의미한 말을 가려야 한다. 일상 언어생활에서 언어 사용의 적정(適正)을 살펴야 한다. 

대학생들이여! 지성인들이여! “언어불감증에서 퍼뜩 깨어나라”고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는 외쳤다. 지각 있는 사람이면 그냥 넘겨버릴 수 없다. 의식이 깨인 사람일수록 낱말 하나, 말 한마디에도 창의성을 발휘한다.

세상은 변하고 바뀌며 시대에 따라 언어도 생성소멸한다. ‘해녀’란 말을 버리고, 우리말 ‘잠수(潛嫂)’로 자꾸 자꾸 부르면 좋은 뜻이 굳어진다. ‘우먼 다이버스(Women divers)‘나 ’우먼스 다이빙(Woman’s Diving)‘을 ’제주 해녀‘로 해석하지 말고, ‘탐라 잠수’로 부르자. 탐라 잠수, 파이팅!  힘내자! 정통성을 찾아 고유성을 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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