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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집단사고에서 벗어나 문을 열어라

선거로 대학 캠퍼스가 열기를 띠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각 단위의 선거운동본부는 유권자인 학생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분주하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요즘이다.

하지만 선거운동본부에 반감을 표하는 구성원들도 적지 않다. 한 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 제주대학교 학생게시판 인기게시물에는 학생회 선거에 혐오감을 드러내는 글이 적지 않은 공감을 얻고 있다. 일부는 학생회 자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가 하면 학생회 선거운동으로 발생하는 소음공해에 불만을 제기하는 학생들도 있다.

학생회에 대한 무관심은 선거를 통해 엿볼 수 있다. 특히 올해 학생중앙자치기구 4개 기관인 총학생회, 총여학생회, 총대의원회, 동아리연합회는 올해 모두 1개팀만 출마해 단독선거로 치러진다. 

대학 학생사회는 점차 탈정치화가 뚜렷하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충고는 낭만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이지 못한 말일 지도 모른다. 학생들은 생존경쟁을 하고 있다. 생존하기 위해 취업에 몰두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소한 학생회는 그래야 한다. 일반 학생들이 생존경쟁에 허우적대는 동안에도 학생회는 대학과 지역사회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오랜 고민 속에 내린 결론을 소신 있게 밀고 나가야만 한다.

최근 들어 대학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정책을 표명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예를 들면 2018학년도 총학생회 선거에 단독 출마한 소신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가 내세운 ‘강정 구상권 철회’건이다.

지난 11월 2일 해양과학대학 4호관에서 진행된 총학생회 후보자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 학생이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질의했다. 문성빈 정후보자는 “이러한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정책이라면 충분한 행동계획이 담겨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거나 시민사회 연대회의체에 참여하겠다는 식의 의견표명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최근 지역사회의 가장 첨예한 갈등인 제2공항 건설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외에도 개별공약을 살펴보면 정책 설계의도와 구체적인 실행계획, 기대효과 등을 이해하기 어렵다. 단순히 40~50자 내외의 텍스트로는 유권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유권자들은 열 개의 다채로운 공약보다는 깊은 고민의 흔적이 담긴 하나의 정책을 선호할 것이다.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들의 역량과 자질을 판단하는데 정책의 완결성은 판단의 중요한 요소다. 또한 후보자들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 작용한다.

이처럼 정책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을 파고 들어가 보면 소통의 부재에 있다. 매년 모든 학생회 선거운동본부가 선거운동을 하면서 “소통하겠다” 외친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것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을 품는다. 소통이 단순히 학생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학생회가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21세기 정치의 시대정신은 ‘거버넌스(governance)’이다. 거버넌스는 사회 내 다양한 기관이 자율성을 지니면서 함께 국정운영에 참여하는 변화 통치 방식이다. 쉽게 말하자면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이것이다. 정치는 통치자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다.

구성원 모두에게 투명하게 대소사를 공개해야할 의무가 있다. 행정부(학생회)는 집단 구성원들이 공유된 정보를 통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선택은 시민(학생)들이 한다. 이는 비단 학생회 후보자들뿐만 아니라 총장 임용을 희망하는 후보자들,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지역정치인들에게도 해당된다.

이를 위해 학생회는 모든 학생회 운영회의를 학생들에게 개방해야 한다. 중앙운영위원회 개방에 대한 요구는 수년간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생회칙에 따르면 중앙운영위원회는 △학생회 사업계획을 수립ㆍ심의ㆍ의결 △회칙개정안 발의권 △특별기구장 출석요구 및 질의권 △학생총회 소집 요구권 △대의원총회 소집 요구권 △특별기구 설치 요구권, 설치, 해체권 등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회칙에 따라 일반 학생, 대학 언론이 운영위원회 참관을 보장받고 있다. 부산대, 한성대, 세종대 등은 희망하는 경우 자유롭게 참관하고 있다. 

제주대신문은 여러 차례 중앙운영위원회 개방을 요구한 바 있다. (중앙운영위 회의에 학생ㆍ언론의 참관ㆍ취재권 보장돼야-2013년 9월 3일 보도, 학생자치기구에게 바란다-2017년 10월 31일 보도)

이에 현재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는 “모든 학생들에게 ‘찾아가는 소통’을 하겠다”고 강조한다. 총학생회 후보자는 지난 11월 8일자 제주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생의 눈과 귀 되는 ‘소통’하는 총학생회 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현재 총학생회 중심으로 중앙운영위원회 회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마저도 단과대학 운영위원회와 총학생회 간의 직접적인 소통이 부족한 상황이다. ‘소신’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에서는 단대운영위원회 구성원들을 직접 찾아가 소통하겠다” 사실상 현재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찾아가는 소통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일반 학생들이 운영위원회에 참관토록 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면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소통이 이뤄질 것이다. 지금처럼 운영회의가 끝나고 회의록만 공개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학생들에게 운영위원회를 개방해야 할 근본적인 이유는 집단사고(Group Think)의 폐해를 막기 위함이다. 집단 사고는 응집성이 높은 집단에서 보이는 의사 결정구조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생각과 상반된 정보를 차단해 만장일치를 추구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합리적인 생각이 무시될 수 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다. 두 단어 모두 ‘집단’이란 단어가 들어간다는 점은 같지만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이는 다수의 구성원들이 협력을 통해 지적 능력의 결과물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곤충학자 윌리엄 휠러가 개미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이론이다. 하나의 개미는 약한 존재이지만 서로 협업하면 개미집과 같은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변하지 않으면 기회도 없다. 2017년 가을은 제주대학교에게 선거의 계절이다. 학생회 선거와 같은 시기에 총장임용후보자 선거가 이뤄지고 있다.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을 위한 제도개선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이 있었다.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과정에 학생들의 의사가 과소평가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총학생회를 비롯한 모든 학생회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교수들에게 외쳤다. “당신들에게 학생은 없습니까. 왜 학생들을 무시하는 겁니까”

학생회가 스스로의 위상을 높이는 방법은 학생들을 향해, 대학사회를 향해, 지역사회를 향해 있는 것이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특권층이 된다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구호만으로 유권자들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망상은 빨리 버려야 한다.

김명지 특별기자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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