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동 묘지에서 민주광장까지

묘지의 태극기가 나부꼈다. 날씨는 맑았지만 가끔씩 스산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묘지 사이로 파고드는 바람은 태극기와 깃대가 부딪쳐 생기는 쇳소리가 들려와 음침한 기분을 더 하고 있었다.

이곳은 국립5·18 민주묘지의 구묘역. 지금 추념문이 높이 서있는 신묘역이 들어서기 전까지 구묘지에 피해자들이 묻혀있었던 곳이다. 처음에 이곳에 다양한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안장돼 있었다.

하지만 5ㆍ18민주화운동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들이 대거 신묘지로 옮겨갔다. 지금 이곳에는 노동운동, 민주화운동을 하다 승천한 민족민주열사들의 묘역으로 조성됐다.

이곳에는 1987년 6월 대정부시위에서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아 사망한 이한열 열사부터 지난해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물대포를 맞아 숨진 백남기 농민까지 이곳에 잠들어 있다.

조금 걸어오면 신묘역이 조성돼 있는데 1997년에 조성됐다. 이곳에는 5·18피해자들의 유가족들이 묘지에 메시지를 남겼다. 누군가의 비석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져 있었다.

“오월 정신을 불꽃처럼 노래하고 춤추던 우리들의 광대. 여기 고이 잠들다. 못 다한 님의 꿈과 사랑. 우리들 가슴에 평화와 그리움의 민들레로 영원히 피어나소서”

택시를 타고 망월동 묘지를 빠져나왔다. 금남로로 향했다. 

광장 인근에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있다. 이곳에서 항쟁 당시 경찰과 군대가 철수 했음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웠던 ‘해방광주’의 모습이 전시돼 있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