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프랑스영화제 참가 후기

관람객들에게 본누벨이 스탬프를 찍어주고 있다.

제주프랑스영화제가 11월 7일부터 12일까지 총 6일간 메가박스 제주점 7층 영화문화예술센터와 풍류에서 진행됐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제주프랑스영화제는 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의 장르를 다룬 16편의 장편영화와 한국에서 최초로 상영되는 작품과 개성 있는 작품 16편의 단편영화가 상영됐다. 영화제는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주최, 제주프랑스영화제집행위원회 주관으로 운영됐다. 필자는 제주프랑스영화제(이하 영화제) 활동을 돕는 본누벨로 활동했다. 본누벨은 영화제 홍보와 동선관리, 스탬프 찍기 등의 일을 한다.

영화제는 <프랑스의 여러 얼굴들> <사랑의 다른 이름> <예술가의 초상> <가족과 함께> 등 총 4개의 부문으로 장편영화를 나눠 진행됐다. <프랑스의 여러 얼굴들>은 유쾌하면서도 낭만적인 프랑스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민자밀집지역의 문화, 구조조정 당하는 아버지의 모습 등을 보여준다. <사랑의 다른 이름>은 성소수자의 사랑, 외적인 편견, 뜻하지 않은 절망의 상황에서도 사랑을 통해 극복해 나가는 영화를 소개한다. <예술가의 초상> 부문은 프랑스의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작품과 인생여정을 풀어간다. <가족과 함께>는 가족의 역할과 새로운 의미를 보여주는 부문이다. 

◇ 로스트 인 파리(Lost in Paris)부터 쇼콜라(Chocolat) 까지

영화제의 꽃은 개막작과 폐막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영화제는 <로스트인 파리>로 화려한 문을 열었다. 영화는 파리에서 살고 있는 마르타 이모가 보낸 긴급구조요청 편지를 받고 무작정 파리로 떠난 피오나가 겪는 엉뚱한 일들을 담고 있다. 피오나는 마르타 이모를 찾으며 파리에서 만난 노숙자 돔과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피오나의 여정을 따라 경쾌하고 반짝이는 파리를 소개한다. 이렇듯 개막작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사랑과 낭만으로 가득 찬 파리를 뽐내며 우리에게 제주프랑스영화제의 문을 연다. 

폐막작은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치지만 한편에서는 인종차별과 편견에 물든 프랑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쇼콜라는 19세기 말 서커스의 단역에서 출발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스타로 성공하지만, 식민주의에 기반을 둔 인종차별에 막혀 진정한 예술가의 꿈을 접어야 했던 흑인 광대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쇼콜라는 푸티트와 콤비를 꾸려 매일 백인에게 엉덩이를 차이는 공연을 한다. 쇼콜라는 자신의 쇼가 흑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대한 비하와 조롱의 시선으로 구성되고 운영되는 것을 자각하고 고민에 빠진다. 쇼콜라는 진정한 예술가가 되고자 오셀로역을 맡아 훌륭한 연기를 펼치지만 관객들은 분수를 알라고 야유한다. 쇼콜라는 그렇게 자신의 꿈을 접게 된다. 영화는 프랑스가 말하는 자유, 평등, 박애는 오직 백인에게 한정된 것이고, 교양 있는 백인들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쇼콜라를 멸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프랑스의 이중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식민주의 과거를 얼버무리지 않고 직시하는 영화를 마지막으로 영화제는 막을 내린다. 

영화제에 참가한 한 관객은 “폐막식작품이었던 ‘쇼콜라’는 예술영화 답지 않게 대중적인 영화였다. ‘프랑스영화는 모두 어려울 것이다’라는 나의 편견을 깨기도 하였고, 대중적임에도 사회적 메시지가 분명히 존재하는 영화였다. 프랑스영화제, 제주에 또 가볼 곳이 생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시민에게 다가가는 영화제

영화제의 모든 행사는 무료로 진행됐다. 뿐만 아니라 사전에 영화제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두 번의 이벤트를 주최해,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영화제 동안에는 영화를 보면 스탬프를 찍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총 10개의 스탬프를 찍으면 30명 선착순으로 메가박스 티켓 2매를 증정했다. 또한, 티켓 1개당 풍류 음료가 5% 할인됐다. 

제주프랑스영화제의 열기에 깜짝 놀랐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관객들이 영화제를 찾았다. 6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영화를 관람하러 오는 분도 있었다. 거의 모든 영화가 만석이었고, 만석이라 영화를 보러왔다 돌아가는 관객들도 있었다.

영화제에 참가한 박수진(사회학과 2)씨는 “제주에서 프랑스를 보았다. 낯선 프랑스영화에서 익숙함을 찾아보았다. 늘 난해하던 영화가 조금은 이해가 갔다. 그건 인간의 아이러니한 나약함과 강인함, 사랑,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 맺으며

영화제가 끝나고 일상 속에서 영화제를 정리해봤다. 제주는 타지에 비해서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그런 지역적 특성이 있는 곳에서 제주프랑스영화제는 도민들에게 접하기 힘든 프랑스영화를 만날 기회와 제주에 사는 예술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도민들과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자리를 만들었다. 이러한 색다른 문화콘텐츠를 원도심에 도입하며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널리 알렸다고 생각한다. 제주프랑스영화제를 통해 제주는 프랑스의 자유, 평등, 박애 정신에 공감하며 제주의 영화문화가 한 발짝 진보하지 않았을까. 벌써 제 9회 제주프랑스영화제가 기다려진다.

제주프랑스영화제를 성공적으로 마친 본누벨 자원봉사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주프랑스영화제 운영팀장 성민정씨는 “이번 영화제를 진행하면서 항상 좌석이 만석이 되는 모습과 제주프랑스영화제를 즐기는 연령대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이 보였다”며 “점점 우리 영화제가 성장하고 있다고 느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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