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23일)이면 국립 제주대학교의 열 번째 리더가 모습을 드러낸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선출된 새로운 총장을 중심으로 대학 구성원들이 대학을 둘러싼 엄중한 현안들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기대한다.

얼마 전 총장임용후보자들에게 부쳐진 한 통의 편지가 눈길을 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는 지난 11월 20일 제주대 총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제주4·3관련 학과 개설을 요청하는 공개 건의문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제주4·3학과를 개설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건의문을 통해 “지역의 거점대학이자 국립대학인 제주대학교는 제주의 아픈 상처인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학문적, 이론적 토대를 구축해야할 책무가 있다”며 “체계적인 4·3에 대한 이해와 학습으로 미래세대를 책임 질 대학생들을 양성하기 위해 4·3학과 개설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총장임용후보자들은 한 지역 언론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즉각적인 4·3학과 개설은 힘들다”면서도 “대학원에 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관련 연구소를 개설하는 등 심도 있는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연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국립 제주대학교는 지역사회로부터 공적인 책무를 요구받고 있다. 우리대학은 이 책무를 깊이 인식하고 있는가. 며칠 전 대학에서 지역사회의 현안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1월 17일 교수회관 세미나실에서 ‘제주 이슈 진단과 대안적 해법’을 주제로 난상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교수네트워크가 마련한 이번 토론회에서 제2공항 건설문제, 제주 교통대란, 부동산가격 폭등, 공공자원 관리, 해군기지 건설 이후 현안 등을 논의했다.

약 8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지역사회 현안을 지역선도대학을 자임하는 우리대학에서 열렸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현안을 토론하기에는 하루는 너무 짧았다. 발표에 이어진 토론내용이 당위적으로 흐른 점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지역사회 현안에 대한 학문공동체의 노력은 앞으로 계속돼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 거점국립대학을 자임하고 국가로부터 요구하기 위해서 우리대학도 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제주사회의 새로운 도약을 견인하는 ‘지역발전선도대학’. 현 대학본부가 내건 대학운영방향 4대 목표에도 담겨있지 않은가. 새롭게 출범하는 차기 대학본부도 이 점을 잘 유념해 지역사회 연구에 보다 많은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전문가집단으로서 제주대학교가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책무를 다한다면 거점국립대학 제주대학교의 위상은 높아질 것이고 국가 재정지원과 같은 새로운 기회가 뒤따를 것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지역의 현안을 고민해 보다 실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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