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건설반대 현장에가다
대수산봉 등 오름 환경 훼손우려
반대대책위, 타당성 재조사 요구
국토부-도정, 건설 강행 의지
“생업을 버릴 처지에 놓인 성산읍 주민들의 심정이 어떨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제2공항 건설이 국가 전체를 위한 공익사업인 만큼 주민들이 정부의 입장을 이해주셨으면 좋겠다.”
구본환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지난 11월 25일 있었던 성산읍 제2공항 반대대책위원회와의 간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1리사무소에서 국토교통부와 제주특별자치도, 성산읍 제2공항 반대대책위원회간의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재조사’ 등 방안 제안서를 놓고 논의했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과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과학적이고 기술적으로 제2공항 입지조건을 다시 판단해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제안을 주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앞서 제2공항 반대대책위는 “국토교통부의 사전타당성 조사가 부실했다”며 “재조사를 통해 입지선정의 적절성을 다시 살펴 본 후 공항건설을 해야한다”고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날 협상에서 반대대책위원회는 입지타당성에 대한 결론이 도출된 후 기본용역을 수행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별 소득없이 협상이 끝났다.
이날 회의에서 김경배 성산읍 제2공항 반대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성산은 내 삶의 터전”이라며 “이 곳 주민은 국민이 아니냐. 목숨을 버릴 각오가 돼 있다”고 국토부 관계자들에게 소리쳤다.
성산읍 난산리 주민인 김경배(50)씨는 최근까지 제주특별자치도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42일간의 단식농성을 벌여왔다가 건강상태가 악화되자 지난 11월 20일 단식농성을 중단했다.
김씨는 “최소한의 인권이라도 지켜지길 바랐지만, 국민의 기본권 따위는 아랑곳 없는 이 나라의 정부기관은 또 다시 강행의지만을 드러냈다”며 “쉽지 않았던 42일의 날들을 여기서 포기하고 물러서는 게 아니라 결단코 지지 않는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한때 꽤 돈벌이가 된다는 굴착기 기사였다. 1년 6개월 전 성산이 제2공항 건설예정지로 거론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기 전까지의 일이었다. 김씨는 “고향에 공항이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난 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생계를 포기하고 반대 농성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굴착기 운전을 하며 모은 돈으로 고향 난산리에 집을 지었다. 정낭을 지나 들어선 그의 집은 정원 그 자체였다. 마당엔 물고기가 사는 연못이 있다. 그 뒤에는 돌을 쌓아올려 만든 전망대가 있다. 제주의 바다와 성산일출봉을 형상화한 것이다.
온 힘을 다해 만든 정원같은 집에는 차가운 공기만 가득하다. 그가 제2공항 투쟁을 위해 집을 떠난지도 2개월째다. 젊음을 바쳐 만든 집이 공항건설부지에 들어가면서 그는 거리에 섰다.
“제2공항이 들어서면 고향, 집, 젊음…. 제 모든 것을 잃는 겁니다” 처음 김씨는 집 마당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투쟁으로 시작했다. 이제 그는 제주도의 개발, 지역주민들의 생존권 문제로 제2공항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그때부터 청와대 앞, 제주도청 앞 장소를 가리지 않고 1인시위에 나섰다. 그는 묵묵히 ‘제2공항 반대’ 팻말을 들고 거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