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 제주와 청년을 잇다
“사회가 꿈꾸는 청년들의 어려움 외면하지 않나 생각해봐야…
지역 청년을 시민으로 인정하는 자세 필요”

젊을 땐 큰 꿈을 가져야지. 그 나이는 돌도 씹어먹을 시기야” 기성세대로 부터 흔히 듣곤 하는 익숙한 충고의 말들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꿈을 키우고, 그 꿈을 향해 힘차게 나아감을 ‘바람직한’ 청년의 모습으로 교육받으며 이를 내재화하는 데 익숙했다.

현실은 어떠한가? OECD 보고서 ‘한눈에 보는 사회 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5세~29세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 비율은 18%로, 170만명을 넘는 청년들이 ‘포기’ 상태에 있다. 특히 이들 중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비구직 니트족’ 비율은 83.9%로, OECD 35개국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청년들은 화가, 의사, 대통령과 같은 어릴 때 꿈을 펼치는 것은 체념하고, 주거와 일자리, 부채와 같은 삶의 어려움을 피하는 삶을 위해 ‘노오력’한다. 새로운 꿈을 그리며 내면의 다양성을 키우기보다, 삶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경쟁과 생존의 원리를 체득한다. 사회는 꿈을 꾸라고 권하면서도, 꿈을 꾸는 청년의 어려움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 시대의 청년들이 이어지는 학업과 취업 전선을 넘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특히 제주지역 청년들은 낮은 임금과 한정된 기회, 적은 지역 자원 등의 문제로 서울과 비교해 더욱 큰 어려움을 겪는다. 제주의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타 대도시에 비해 낮은 임금, 영세한 기업 규모, 서비스업과 관광산업에 치중된 산업 구조로 인해 사회구조 진입에 있어 어려움에 맞닥뜨린다. 불안의 정서에 짓눌리고 자존감을 잃기 쉽다. 이를 도울 지역사회의 안전망은 취약하다. 청년들의 어려운 구조에 더해 지역의 어려움과 이로 인한 과중한 부담에 놓여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제주에는 청년들이 함께 시도해보는 여러 유쾌한 ‘작당’들이 시작되고 있다. 제주 지역 청년 단체들의 협의체를 지향하는 제주청년네트워크의 시작은 다양한 제주지역청년단체 제주청년협동조합, 제주청년문화예술발전회 바람, 제주폐가살리기 사회적협동조합, 제주청년창업협동조합의 활동의 기반이었다. 

2016년 ‘제주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되었다. 2017년부터는 ‘제주 청년 갭이어’, ‘청춘열기’, ‘청년 공간 마련’ 등의 제주형 청년정책이 잇따라 선을 보이고 있으며, 정책을 청년 당사자가 직접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바탕으로 한 ‘제주청년정책심의위원회’ 또한 생겨났다.  뿐만 아니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평생교육진흥원 등 여러 유관기관에서 경쟁하듯 청년 연계 사업들을 기획, 집행하고 있다.

행정과 지역사회에서 애타게 청년을 부르지만, 오히려 참여하는 제주 청년이 없는 현상이 발생했다. ‘필요한 것이 뭐냐’ 고 물어도 청년들의 답을 받기 어려운 낯선 풍경이었다. 단기간에 생겨난 정책과 사업의 시도에 견주어, 제주청년들이 직접 지역사회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는 경험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단계적 성장을 통해 지역사회의 주체로, 시민으로 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했다. 지역사회와 청년이 서로 알아가는 연습이 필요하고 공감의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었다. 청년네트워크는 제주와 청년 사이의 다리로 서로를 이어갔다. 

거버넌스는 민간의 여러 당사자가 함께 정책에 참여하는 과정일 것이다. 정책을 집행하는 공공의 역할과 더불어 민간의 청년 당사자들이 주인인 청년정책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다. 공공자원을 바탕으로 하는 행정에 비해, 민간의 청년활동은 그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것이 큰 어려움이었다. 

‘청년이 없다’는 말이 많다. 청년정책과 사업을 함께 할 청년들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학업과 취업, 취업 이후에도 ‘평범한 삶’을 위해 돌진해야 하는 청년들의 삶도 하나의 원인이다. 청년들이 나와 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 하는 과정은 단번에 만들어지는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청년에겐 나를 돌아볼 수 있고, 꿈꿀 수 있는 여유와 자존의 경험이 필요하다. 청년에게 ‘꿈꾸지 않는다’ 고 다그치기보다, 청년이 꿈꿀 수 있는 구조를 만드려는 공동의 노력이 행정과 지역사회에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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