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한다. 추천하는 이유는 파리의 낭만과 정취를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재즈가 흐르는 아름다운 거리의 파리를 보여준다. ‘파리의 낭만’과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라는 주제의식이 명확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은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또한 미드 나잇 인 파리는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여성 예술가의 모습이 불편했다.

당연하지만 1920년대 여성의 인권은 현재보다 낮았다. 프랑스 법에 남녀가 평등한 참정권을 갖는다고 명시된 것은 1차 세계대전도 아니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인 1946년이었다.

이 영화에서 여성 예술가의 모습이 불편했던 것은 단순히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도구적 존재로만 형상화했기 때문이다. 영화에 나오는 ‘아드리아나’라는 캐릭터는 내가 봐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아드리아나는 파리에 패션을 공부하러 왔다. 하지만 그녀는 패션을 공부하러 온 사람보다는 피카소, 헤밍웨이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의 뮤즈로 등장한다. 그리고 젤다 세이어. 그녀도 작가이다. 젤다 세이어가 쓴 《밤은 부드러워》도 영미권 100대 소설을 뽑을 때 들어가는 편이다. 이 영화 말고도 다른 문화매체에서 젤다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히스테릭하고 사치스러운 아내로 그려진다. 이렇게 능력 있는 여성 예술가들이 ‘oo의 아내, oo의 뮤즈’로만 기록되는 것이 아쉽고 불편했다.

21세기에는 영화에서처럼 뮤즈로만 그려지는 여성상은 해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젠더격차 때문에 여성 예술가들의 활동이 자유롭지 않고 뮤즈로 소비되었다면, 앞으로 가부장제의 해체와 새로운 여성 예술가상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성 예술가 등의 주체적인 활동이 독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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