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본역량 진단 및 재정지원사업 개편 시안 공청회

교육부 공청회장에서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

지난 12월 1일 오후 3시 한국교원대학교 교원문화관에서 “대학 기본역량 진단 및 재정지원사업 개편 시안 공청회(이하 공청회)”가 열렸다.

우리대학에서는 양덕순(행정학과 교수) 기획처장, 진순화 기획평가과장, 기획처 주무관 2명이 동행했다. 공청회 입장 인원이 각 대학 3명으로 제한되어 있었음에도, 이날 점심시간을 넘기면서 대학의 이름을 붙인 버스가 행사장으로 몰려들었다. 행사장 입구에 설치된 부스에서는 대학별 등록자들을 대상으로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편람(안)’과 ‘정책자료집’을 배포하였다. 학교 버스로 몰려든 인원들 때문인지, 자료집도 학교당 세 부로 제한 배포하였다.

한편, 행사장 입구에서는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김지수 전국대학노동조합 충남대학교지부장, 이하 공대위)”에서는 행사장 밖에서 “대학파괴 박근혜식 대학평가 중단”을 주장하는 반대집회를 열었다. 공대위는 새정부가 들어서고, 진보교육감 출신인 교육부 장관이 취임했음에도 “박근혜 정부식의 대학평가가 시행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직 평가 지표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공청회를 통해 대학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교육부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고등교육 재정 확충하라”, “고등교육 재정지원법을 제정하라”, “대학평가사업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연호하였다. 결과적으로 대학 2주기 평가가 이름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다.

행사장 밖의 열기는 행사장 안에도 이어졌다. 개회시간 30분 전인데도 행사장은 1, 2층 할 것 없이 빈자리가 없었다. 행사장 1층 뒷자리에는 자리를 잡지 못한 참석자들이 두 세 겹 줄을 섰다. 계단식인 행사장 2층에는 통로 계단에도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늘어났다. 행사가 임박하면서 행사장을 중계 방송하는 별도의 장소도 만원이 되었다. 이렇게 행사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자료집을 꼼꼼히 읽어나가면서 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는 등, 이번 공청회가 대학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공청회가 임박한 2시 40분부터는 공대위가 행사장 안 단상으로 올라와서 시위를 이어갔다.

김지수 공대위 위원장은 교육부가 11월 30일에 발표한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추진계획안’과 ‘대학 재정지원사업 개편 계획안’이 몇 가지 변화 지점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의 혁신요구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주장했다. 예컨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바꾼 것은 대학의 구성원 단체들이 진단사업을 제안하면서, 명칭 변경과 고등교육을 혁신하기 위한 과도기적 진단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재정지원 방식의 변화, 전임교원 확보율 기준 강화와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 삭제, 학교 법인의 대학에 대한 지원과 대학 구성원의 참여와 소통을 진단하는 내용 추가 등은 유의미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몇 가지 의미 있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육부의 정책이 기존의 대학구조개혁평가의 기본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교육이나 연구와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어 문제 지표로 제기되어 온 학생 충원율과 취업률의 존속 등 진단 지표 내용이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의 기준을 그대로 승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 A, B, C, D, E 등의 5단계 등급을 3단계로 단순화 했지만 대학을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정원 감축, 재정 불이익 등을 부과하는 구조조정 방식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박근혜식 대학구조조정의 틀”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판단도 무리는 아니다.

약속되었던 개회시간에서 20분이 넘어서면서 단상의 공대위 참석자들은 연좌 농성에 들어섰다. “박근혜식 대학구조조정이 아니라 대학의 체질을 개선하려면 이러한 평가를 거부해야 하고, 그 출발점은 이 공청회장을 떠나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에 공청회 참석자들은 함께 구호를 외치거나 박수로 화답했다. 그리고 일부 공청회 참석자들이 퇴장하면서 공청회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공청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면서 행사장을 벗어나는 참석자들을 통제했지만, 이미 공청회 무산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후 4시가 넘어서면서 공청회는 무산되었다.

이날 공청회 무산에 따라 교육부에서는 지난 12월 20일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에서 대학기본역량진단 편람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전국대학노동조합은 설명회가 개최되던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부터 시행하는 대학 기본역량진단은 대학구조개혁평가의 기본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을 이어나갔다. 한편, 교육부에서는 12월 중으로 대학 기본역량 진단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진단 위원을 공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은 일정으로는 내년 1월에는 진단 대상을 확정하고, 3월말까지 1단계 진단 대학별 보고서가 제출되면, 이를 근거로 6월 중으로 1단계 자율개선대학을 통보할 예정이다. 2단계 진단 대학별 보고서는 7월 중으로 제출, 2단계 진단 시행 및 결과 발표는 8월, 그리고 이에 따른 일반 재정 지원 등은 2019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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