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통’을 강조한다. 이러한 소통은 곧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우리말로 곧잘 소통으로 바꿔 쓰곤 한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을 ‘소통’으로 이해하는 것은 딱 절반만 맞다.

커뮤니케이션의 어원은 라틴어의 ‘나누다’를 의미하는 코무니카레(communic-are)다. 커뮤니케이션은 ‘소통’에 앞서 ‘공유’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풀어 말해, 지식이나 정보, 의견, 신념 등을 나눠 갖는다는 의미의 ‘공유’를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공통화, 동질화 돼 간다는 뜻의 ‘소통’으로 연결되는 과정(process)을 커뮤니케이션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말하는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네요”라는 말도 사실 다의적인 뜻을 갖고 있다. 메시지를 전하는 화자와 이를 듣는 청자의 자세나 태도에 의한 문제일 수도 있고, 실행을 전제로 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설명일 수도, 의미의 통로가 되는 미디어의 제도적, 기술적 문제일 수도 있다. 혹은 상대방을 이해시키려는 의도에서 만들어 내는 메시지 자체의 왜곡이나 혼란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지역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갈등이 생산되고 반복된다면 한 개인의, 한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지역사회의 제도와 조직, 행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쓰레기나 교통 대란’ 등의 지역 이슈에 대한 공론을 모아야 할 때, ‘제2공항 건설’ 등의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할 때 이의 실현을 위한 제도와 조직, 행위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보다 쉽고 근원적인 해결책은 풍부하고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토대를 이룰 때이다. 갈등 당사자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자료에 근거해 토론을 거쳐 합리적인 결론을 찾아내는 과정이 당연시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