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미국에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및 성희롱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서 해시태그 붙이기가 시작되면서, 소위 미투(Me too) 운동은 전 세계적인 사회운동으로 부상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범죄 실상을 고발한 것을 계기로 하여 문화계, 정치권 등 사회 곳곳에서 위력에 의한 성희롱ㆍ성폭력 실상이 하루가 다르게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대학캠퍼스 또한 미투 폭풍으로부터 무풍지역은 아니다. 대학은 성범죄로부터 자유로우리라는 일반인의 기대와 달리, 성범죄로부터 취약한 구조를 띠는 집단이다. 교수와 교수 간, 교수와 직원 간, 직원과 직원 간 또는 교수와 학생 간, 학생과 학생 간에 다양한 양태로 발생한다. 일반적 직장이나 초중등 학교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서로 다른 부서, 지점이나 학교로 전보시키는 것이 가능하지만 대학은 달리 갈 곳이 없다. 정년퇴임 때까지 또는 졸업 때까지 피해자 또는 가해자 어느 한 쪽이 학교를 떠나지 않는 한, 같은 학교라는 공간 내에 있어야 한다. 퇴임 때까지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서, 또는 졸업을 위해 해당 교수의 강의를 반드시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또는 매일 강의실에서 같은 강의를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라면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호소하기조차 어려운 구조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박경미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아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개년 동안 국공립대학(국립대학법인 포함)에서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수는 서울대학교가 4명, 광주교대, 제주대학교, 충북대학교가 각각 2명씩이었다. 우리 대학이 상위권에 랭크된 부끄러운 결과이다. 소속 직원이나 학생 간 성범죄에 관한 통계는 자료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수 년 전부터 이미 여교수협의회에서는 학내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및 대처, 여학생 능력개발, 성평등 교육 등을 담당할 통합전담기구의 설치를 제안하였으나, 우리대학은 작년 설립한 인권센터 내에 성희롱ㆍ성폭력 상담실을 설치하는 데 그쳤다. 최근 우리대학의 교수 2명이 학생 성추행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사태가 벌어졌고, 피해학생이 인권센터를 찾아가 도움을 호소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하여 그 기능상 한계를 노정하였다. 아직도 우리 대학에서 성범죄 예방을 위한 교직원 대상 교육은, 점심시간에 모여서 도시락 먹는 동안 동영상을 틀어놓는 것이 전부다.
 

지난 6일 학교당국이 금번 사태에 대한 사과와 함께, 동일한 사건의 예방 및 대응을 위하여 제도개선 특별위원회(가칭)의 설치와 해당 교수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약속하였다. 기왕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 없다고 하더라도 후속조치나 재발방지를 위한 예방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이루어지고, 민주적이고 성평등한 캠퍼스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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