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영 경영학과 4

오늘도 나만 생각하면서 말해버렸다. 너무 많이 말했다. 횡설수설했다. 잘못된 존댓말을 썼다. 말은 듣는 이를 고려해서 적당한 양으로, 쉽고 정확한 표현으로 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자기만 말하려는 사람, 자기도 잘 모르는 어려운 표현이나 개념을 쓰는 사람이 있다면 대화하기 싫어진다. 그리고 대화의 문제는 인간관계, 세상을 살아가는 문제로 이어진다. 아니, 말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기에?

한국 유니세프(UNICEF)도 말을 잘못 쓰는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 최근 유니세프에서 일하셨던 선생님을 한 분을 뵌 일이 있었다. 뛰어난 스펙을 가졌던 면접자에 대해 말씀하셨다. 좋은 학벌, IQ150이 넘는 멘사 회원에 영어 통번역이 전문가 수준이었다.

하지만 계속 어려운 표현과 개념을 쓰고, 자기 이야기만 하려 했다. 존댓말도 엉망진창이었다. 면접관들은 똑같이 ‘실력은 좋지만, 어느 팀에 가도 문제를 일으키겠구나’라고 생각했단다. 말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었다.
사실, 다른 언론인, 기업인, 인사담당자 분들로부터도 요즘 젊은이들이 모두 말에 문제가 있다는 말씀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아! 스펙보다도 말이 더 급한 문제구나.

그래서 남을 생각하며 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은 ‘잘’ 들어야 한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경청이다. 상대방이 신나게 말할 수 있도록 공감하고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다.

경청은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빠르게 배우고 써먹을 수 있는 기본 대화 기술이다. 더 중요한 하나는 가만히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는 지를 듣고,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다.

입을 닫아야 말이 보인다. ‘저 사람이 잘못된 존댓말을 썼더니 어른들이 싫어하네.’ ‘저 사람이 저리 어렵게 말하니 사람들이 집중하지 못하네.’ ‘저 사람은 자기만 너무 많이 말해서 자꾸 다른 사람의 말을 잘라버리네.’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최고의 말하기 선생님이다.

말이 참 문제다. 자꾸 주변 관계와 평판, 현실적으로는 취업에까지 영향을 끼치니 큰일이다. 양, 표현, 어휘, 존칭. 신경 쓸 게 많아서 쉽지도 않다. 물론, 말하기의 단계는 여기서 끝나지도 않는다. 언젠가는 때, 설득, 논증, 유머, 사과 등 수많은 말하기 상황과 방법들도 익혀야 한다.

그래도 잘 듣고, 남의 말을 관찰하려는 습관이 당장의 말하기 문제에는 충분히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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