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미국 대통령학이라는 학문이 있다고 한다. 그 분야의 전문가 중 한 사람인 ‘아서 슐레진저’는 “모름지기 지도자란 역사의 정방향을 직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도사상을 평가했는데, 이런 관점에서 역대 미국 대통령을 평가해 본다면 근대에는 루즈벨트가 최고의 대통령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33년에 집권한 루즈벨트에게는 29년 전세계를 엄습한 대공황을 타개하는 것이 절실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초래한 재앙을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개입으로 타개하라는 케인즈의 충고를 충실히 따라 뉴딜정책을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고 나갔고, 2차 대전 중 군수산업의 활황으로 공황을 벗어남은 물론, 전쟁에서 승리해 조국을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었으니, 어쩌면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역사적 사명을 충실히 다 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최근 퇴임한 클린턴은 어떨까? 그가 보여 준 역사의 정방향은 뭔가? 우선 클린턴의 업적은 뭐니 뭐니해도 미 정부의 재정적자를 흑자로 반전시킨 것이다. 만성적인 재정 및 무역적자를 모두 흑자로 돌려 놓고선 임기 말기엔 엄청난 액수의 흑자를 어디다 쓸 것인가를 놓고 국민과의 대화라는걸 했으니 그 액수가 수 조 달러라던가. 1조 2천억 정도를 어디다 쓰느냐를 놓고 고어는 정부 부채 갚는데 쓰자고 했고 부시는 세금 내려주자고 싸운 게 엊그제 일이다. 역사의 정방향성과 관련지어 생각해 본다면 아마 IT산업을 선도적으로 이끌며 육성, 발전시켜 새로운 정보혁명 시대에도 미국을 최강국의 위치에서 조금도 흔들림이 없도록 한 게 아닐는지 생각해본다. 또 임기 초반의 걸프전을 들 수 있다. 조지 부시 때의 걸프전은 전쟁사적으로 볼 때 매우 의의있는 전쟁이었다고들 한다. 재래무기로 무장한 군대와 첨단 정보기술의 무기로 무장한 하이테크 군대와의 첫 전투였다는 것이다. 이 전투를 통해 전세계 군대의 하이테크놀로지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하게 되었다. 얼마전 취임한 부시의 행적도 이의 관점에서 역사적인 연속성을 이어가는 듯 하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린 지금껏 정치란 하나의 염증적인 변증법의 결과로 생긴 파생물로, 곰팡이처럼 더럽고 추하게 여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6공까지 거치면서 공작에 얼룩져진 여러 정치적 파생물에 의해 발생한, 집단적 의구심과 냉소의 결과라 하겠다. 무릇 진실은 진실로 바라보아야 그것이 정도라 하겠으나 우리는 정치인에게 속은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 속아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의 화려한 위치를 만들어낸 것은 역대 대통령의 업적이 아니라 그들이 당선되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선거를 되돌아 보면 우린 우리 자신을 속이고 다른 후보를 택할때가 있었고 투표를 하지 않을때가 많지 않았던가? 정치인에 대한 고질적인 진실 혹은 편견을 없애기 위해 천천히 시야를 넓혀야 한다. 뉴스와 신문에 매일같이 보도되는 정부의 사건들에 관심을 가져 조금씩 눈을 떠보자.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진보적인 사상을 갖고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만드는 첫번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우리의 중대하고 진지한 선택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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