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나 영화는 대본이 좋아야 감동이 크다. 배우도 연기를 잘 해야 작품의 의미가 잘 전달되고 관객이 몰린다. 운동 경기도 내용이 좋고 재미와 흥분이 있어야 줄을 서서 기다리며 입장한다. 박수와 응원 소리는 배우나 선수에게 짜릿한 쾌감을 주고 땀을 흘리게 하는 묘미가 있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수와 듣는 학생과의 관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학의 강의도 연극이나 영화처럼 지식이라는 대본이 있다. 배우나 운동선수처럼 강의 기술이 있다. 강의실은 연극무대나 경기장처럼 교수와 학생이 눈과 호흡을 맞추는 교감의 장이기 때문이다.

설민석의 “한국사, 조선왕조실록, 어쩌다 어른” 등이 인기 있는 이유는 역사 지식의 깊이 때문이 아니다. 마치 배우가 연기하듯이 흥미롭게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도올 김용옥의 노자 강의에 눈을 떼지 못했던 것은 거친 쉰 목소리와 과장된 제스처 만이 아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지식의 연결과 집중력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인 켄 베인의 말은 교수나 학생이 모두 새겨들을 만하다. 교수는 특정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비판적으로 생각하도록 다양한 질문을 유도하는 것이 우선이다. 도발적인 언행과 제스처로 관심을 사로잡을 수도 있어야 학생들의 집중력이 높아진다. 특정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문제 해결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최고의 교수가 되는 길이다. 지금 시대에 맞게 다양한 수업 방식을 시도하고 철저히 학생 눈높이에 맞추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세계적인 석학들의 공통점은 듣는 사람의 수준에 맞게 쉽게 설명한다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복잡한 상대성 이론을 제시한 아인슈타인은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당신은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눈높이 강의를 강조했다.

학생도 갖추어야 될 경청의 자세가 있다. 교수를 바라보는 것이 첫째다. 그러면 점차 관심을 갖게 되고 내용의 의미를 보게 된다. 어떤 학생은 재미있는 말을 듣는 것처럼 몸을 기울인다.

경청에 대해서 여러 가지 명언이 있다. 중국에는 하나의 귀로 듣는 것보다 두 개의 귀로 듣는 것이 더 잘 들린다는 얘기가 있다. 카네기는 다른 사람에게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경청이라고 했다. 상대를 설득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경청이라고도 한다.

학생이 강의실에서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하는 노력이 없다면 마트에 가서 돈만 내고 물건을 놓고 오는 바보와 같다. 현명한 경청의 기술은 강의실에서 보물을 캐내는 지도이다.

아무리 훌륭한 대본의 연극이어도 관객의 호응이 없으면 배우는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좋은 연기가 나올 리도 만무하다. 북과 괭가리를 치며 응원해도 선수들이 성의 없이 공을 차는 축구경기는 이길 수가 없다. 강의하는 모든 전문가들은 “지식을 대본으로 연기하는 배우”이다. 강의실에서 경청의 자세는 보물을 찾으려는 학생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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