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학기에는 학사 일정이 일부 변경되었다. 보강수업기간과 기말고사기간에 이어 종강일이 하루씩 늦춰진 것이다. 8월말에 상륙한 태풍 볼라벤(Bolaven)에 이어 제16호 태풍 산바(Sanva)가 상륙하면서 하루 7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대학에서는 월요일이었던 9월 17일 임시 휴강 조치를 했다. 이 날 인문대학 2호관 2층과 3층 북쪽 복도와 일부 강의실이 침수되었으니, 적절한 조치였다. 그런데 전하는 말에 따르면, 준공된 지 2년 된 신축 건물치고는 심하다 싶을 정도였다. 임시 휴강 조치를 할 만큼 비가 온 탓이라기보다는 부실시공이나 하자를 의심할만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2005년 7월 착공한 인문대학 2호관은 총사업비 약 96억 7000만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4층의 철근콘크리트 라멘조 구조로 약 5년에 걸쳐 지어올린 연면적 7055.4㎡ 규모의 건물이다. 태풍 산바 이전에도 누수 때문에 방수보강작업을 따로 하거나 연구실을 이동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침수상황을 점검하러 나온 관계자에게 부실시공을 따져 묻자, “콘크리트 벽면과 창틀의 재질이 달라 발생하는 창틀빗물누수 피해로 보인다.”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고 한다. “지금 짓고 있는 수의대학 신축건물에는 이런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하겠다.” 이 말을 전해 듣고 의아했던 이유는 부실과 하자의 차이 때문이다.

하자는 제품 인수시점에 시공자의 설계도서와 달리 시공한 부분이 없는 상태에서 이후 일어나는 자연적인 결함, 파손, 변형 등의 문제다. 이에 비해서 부실은 납품 전 불량으로 설계도서 등의 공사방법과 미준수와 달리 시공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수의대학 신축건물은 총사업비 101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5,578㎡규모로 지은 건축물이다. 2011년 8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설계를 진행했고, 2012년 8월에 착공하여 2014년 10월 15일에 개관했다. 2012년 9월이면 설계가 끝난 때이니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수의대학 신축건물은 인문대학과는 달리 설계도서에 따라 시공하겠다’는 말로 들릴 수 있다.

인문대학 2호관은 물론 최근 불거진 수의대학 건물도 ‘하자’이리라 믿는다. 하지만 하자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논어』 자한 편에는 “싹 틔어도 꽃 피우지 못하기도 하고, 꽃 피워도 열매 맺지 못하기도 한다(苗而不秀者有矣夫 秀而不實者有矣夫).”는 말이 나온다. 시쳇말로는 “싸가지가 없는” 쪽이 하자이고, “싹수가 노란” 쪽이 부실인 셈이다. 그러니 설계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던 하자가 오히려 더 큰 문제다. 우리에게 이른바 “효율성에 입각한 관리”가 아직도 필요하다면 바로 이 부분이다. 설계부터 시공, 그리고 보수에 이르는 전단계에서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이루어져야 교육환경을 제대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