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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선언ㆍ완전한 비핵화 실천만이 남아‘판문점 선언’과 평화의 가능성
4월 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김 성 경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 정상은 한반도에 전쟁 없는 평화시대를 만들 것을 천명했다. ‘판문점선언’의 주요 요지는 남북이 화해와 평화, 그리고 번영의 남북관계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남북은 다방면의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할 것이며,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모색하고, 상호간 불가침 합의를 다시금 확인하였다. 두 정상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한반도 전쟁위기의 고조, 미국의 코피(bloody nose) 전략과 선제 타격론(pre-emptive strike), 연이은 보수 태극기 세력의 전쟁 찬성론 등이 횡횡했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한반도 평화 훈풍의 시작은 평창올림픽을 성공시켜야만 했던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 행동과 의지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정부는 무려 두 번의 도전 끝에 겨우 평창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었기에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한국의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올림픽을 앞둔 2017년 12월 19일 NBC 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연기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히기에 이른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에 대표단 파견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남북관계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이후 숨 가쁘게 진행된 남북 간 대화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이르러 정점을 찍게 된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등 연이은 악재와 한반도 군사적 긴장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한 남북 간의 적극적 시도라는 측면에서 큰 기대가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보수 정권을 거치면서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경색된 남북관계는 양측 간의 어떤 교류나 협력도 중지된 상태였다. 마지막 협력의 보루로 남아있었던 개성공단 마저 2016년 2월 폐쇄되면서 남북관계는 파국에 치달았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의 기운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의 가장 큰 부담 중의 하나는 바로 한반도의 평화를 안착시키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핵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과 어떤 관계를 정립해나갈 것인가는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로드맵이 담긴 <신베를린선언>까지만 해도 남한 정부가 이렇듯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컸다. ‘운전자론’을 주창했던 문재인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던 것이 사실이고, 이미 핵을 가진 북한이 쉽게 핵을 포기할리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완전포기 없이는 그 어떤 협력도 없다고 천명했던 <신베를린선언>은 오히려 남한 정부의 입지를 더 좁게 하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2018년이 되면서 북한은 갑작스레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언급하며 자신들의 입장에 큰 변화를 보이고 이를 남한 정부가 적극 호응하면서 남북관계의 일대 전환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몇몇 학자들은 기존의 ‘안보-경제’ 교환의 방식이 개성공단의 폐쇄로 더 이상 유효한 카드가 아니게 되면서, 이제는 ‘안보-안보’ 맞교환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에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논의가 시작되게 된다. 즉 올림픽을 앞두고 남한 정부가 선제적으로 제시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연기가 일종의 ‘안보’를 제공하는 것이었고, 이를 북한이 올림픽 기간 내 군사적 도발을 중지하고 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가장 초보적 단계의 교환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남북 간의 대화가 본격화되면서 이제 논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협상과 실행으로 집중되게 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큰 관전 포인트였는데, 남북정상은 ‘판문점선언’의 마지막 부분에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음을 밝히고,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해나가기로 합의하게 된다. 물론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이와 같은 합의가 앞으로의 비핵화 협상과 과정에서 얼마큼 지켜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에서 비핵화의 의지를 명문화했다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게다가 북한은 ‘판문점선언’의 전문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를 통해 국내에 알림으로써, 핵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공식화했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여기서 반드시 언급해야 할 것은 북한이 핵을 개발했던 것은 단순히 남북 간 체제 경쟁의 산물이기 보다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핵우산 확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한미동맹의 막강한 군사력은 북한에게 위협이 될 수밖에 없었고,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점점 더 열세에 몰리게 된 북한이 선택할 수 있었던 마지막 카드가 바로 핵무기의 보유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북한의 핵은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의 카드가 되고, 결국 핵폐기 협상 또한 남북의 문제에서 머물지 않고 북미 간, 더 나아가서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중국의 부상 등과 긴밀하게 연계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북핵 폐기와 관련된 협상은 결국 북미 간에 최종적으로 결정될 확률이 높다. 문제는 이 둘 사이에는 불신의 벽이 켜켜이 쌓여있고, 지난 세월 동안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 또한 악화일로를 걸어왔다는 점이다. 미국은 과거 북한과의 핵관련 협상 실패 원인을 일방적으로 북한에게 전가하면서, 북한의 핵폐기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CVID)이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북한은 단계적 핵폐기를 진행하면서 북미수교 등 외교관계를 공식화함으로써 북미간의 상호불가침 조약과 북한 체제 안정을 보장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핵 폐기 과정과 실현에 있어서의 북미간의 이러한 의견 차이는 상호간 불신에서 기반을 두고 있는데, 미국은 북한을 결코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이 먼저 핵포기로 진정성을 보일 것을 주문하고, 반대로 북한은 미국이 제네바 합의의 약속을 준수하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면서 강대국인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우선적으로 보장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북미간 입장 차이의 근간은 핵과 체제보장 중 무엇을 먼저 실행할 것인가의 문제와 상호간의 합의 사항을 되돌리지 못할 만큼의 국제적 합의가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로 압축되는 듯하다. 우리가 ‘판문점선언’의 성과를 크게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전개될 북미간의 협상을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상황이 단순히 남북의 분단의 문제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남북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적 대결구도와 러시아와 일본 등의 복잡한 셈법까지 남북분단은 국제정치의 산물이기에,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평화체제’로의 이행 역시 주변국의 협력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한반도의 상황이 ‘정전체제’라는 비정상적인 상태에 기반을 둔 사실상 ‘전쟁 중’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한국전쟁의 ‘종전’을 선언함으로써 한반도의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서로 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남과 북이 국제무대에서 온당한 ‘국가’임을 선포하는 과정이 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상호 적대를 종식하고, 협력과 교류에 바탕을 둔 평화적인 관계를 모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전체제’를 종식하는 일 조차 남북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그 이유는 1953년 7월 27일에 체결된 정전협약의 주체가 유엔과 북한, 그리고 중국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이행 또한 남북한과 미국, 그리고 중국까지 포함한 다자간의 협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세심한 조율과 타협이 필요한 고도의 정치외교적 사안이다.

한반도의 평화 안착을 위한 긴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남북의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자주적으로 실천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복잡한 국제정치의 지형에서도 반드시 견지해야 할 원칙은 바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는 전쟁위기 상황으로 뒷걸음치지 않겠다는 다짐일 것이다.

김성경 교수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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