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섬네일

예술은 비판이며 비판은 예술이다. 예술가는 사회로부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대상이며 작품 안에 자신의 감정과 가치를 투영시킨다. 이는 예술가만이 할 수 있는 표현 방법이며 그들만의 특권이다. 제일의 예술가 자질은 ‘현실 비판’이다.

과거에 비해 현대는 예술의 범위가 광범위해지고 ‘인간의 삶 자체가 예술이다’는 인식이 성숙해 오고 있다. 현실을 비판하는 예술 가운데 현대인이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는 것은 바로 ‘웹툰’이다.

웹툰은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만화를 뜻하는 ‘카툰(Cartoon)’의 합성어로서 각종 멀티미디어 효과를 동원해 제작된 인터넷 만화다. 웹툰은 인터넷의 대중화와 도서대여점의 난립, 출판 시장의 침체로 인한 출판 만화 시장 위축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왔고 스마트폰 사용시간의 상당 시간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독자들에게 소개할 웹툰은 ‘네이버 웹툰’ 김용키 작가의 ‘타인은 지옥이다’다. 이 웹툰은 3월 10일에 등록돼 현재 총 15회까지 진행됐다. 아직 웹툰 진행 초반이지만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평균 평점 ‘9.95’를 기록하고 목요 웹툰과 일요 웹툰 3위로 올라섰다. 제목의 유래는 장 폴 사르트르의 희곡인 <닫힌 방>에서 나온 대사이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개인 이기주의와 각박한 인간사를 그려 현대사회를 비판했다. 수상하다 못해 음침한 그림체와 흑백의 색조로 독자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인턴 생활을 위해 상경해 고시원 202호에 입주하면서 시작한다. 입주 하루 만에 주인공이 조폭 아저씨가 가는 길을 막았다고 욕을 먹고 막 입주한 주인공을 몰래 지켜보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206호에 사는 이웃은 주인공을 보며 과하리 만큼  웃어 독자들의 소름을 돋게 했다.

좁디좁은 고시원은 방음조차 되지 않아 사생활의 침해가 의도치 않게 이뤄지고 있다. 옆방의 남자가 여자친구와 다정다감하게 대화하는 것을 들은 주인공은 사생활 침해를 꺼려해 이어폰을 끼고 잠을 청하는 모습이 있다. 직후 옆방의 남자는 심한 욕설과 함께 여자친구에게 ‘어떻게 죽여줄까?’라는 이중적이고 정신분열적인 대화로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또한 씻지도 않고 수염도 깎지 않아 전형적인 ‘폐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204호 남자가 복도에서 주인공을 멀뚱멀뚱 쳐다보자 화가 솟구쳤는지 주인공이 “뭘 쳐다봐요?” 라고 하자 조용히 방에 들어가 칼을 들고 나오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이웃들과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주인공에게 205호 조폭 아저씨는 “여기 사람들은 정상이 아니다. 빚을 지더라도 번듯한 곳에 나가 살아라” 며 주인공에게 충고와 조언을 해준다. 비록 겉모습은 타 이웃들에 비해 험악할지라도 내면만큼은 정상인 모습을 보여준다.

직장상사인 병민과도 적대적인 관계를 보이고 있다. 주인공을 둘러싼 많은 트러블 속에서 독자들은 ‘주인공 또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독자들의 의문은 현실이 됐고 직장상사 병민에게 싫은 소리를 듣자 다리를 떨며 분노를 표현하며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정상인 것처럼 보이던 주인공 또한 분노조절장애의 모습을 띄며 사회인의 대부분이 앓고 있는 장애에 대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각박한 현실 사회는 정상인을 비정상인으로 만들고 주변에서 범죄가 일어나더라도 모른척하고 지나가는 개인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또한 대다수가 “범죄 현장에 끼어들었다간 귀찮은 일만 당한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현대에서 이러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껴질 처지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이기주의가 비난받는 이유는 ‘무관심으로 인해 발생하는 예방 가능한 범죄의 방관’ 때문이다. 펭귄은 영하 70~80℃ 강인한 동물이다. 펭귄이 강인한 동물인 이유는 사자와 호랑이처럼 힘이 강해서가 아닌 협동과 배려에서 나오는 강함 때문이다. 원을 중심으로 돌아가며 체온을 유지하는 것을 ‘허들링’이라고 한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펭귄은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터득했다. 하지만 인간은 어떠한가? 냉랭한 현실 속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마음으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개인의 배려가 시작된다면 단체가 배려할 것이다. 이 배려는 겨울의 추위 속 골방에서 죽어가는 독거노인과 부정적인 환경적 요소로부터 만들어지는 소시오패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은 지옥이다’를 보며 ‘어쩌면 우리 인간은 스스로 소시오패스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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