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와 전기자동차

김 동 주탐라문화연구원특별연구원

제주특별자치도는 2012년부터 해상풍력, 전기자동차, 스마트그리드 등 다양한 분야와 내용으로 구성된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이라는 지역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은 수송분야의 화석연료 소비를 감축해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충전에 필요한 전기를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생산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으므로, 대기환경보전 정책 뿐 아니라 기존에 추진해왔던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설비의 확대보급 정책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또한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을 구성하는 다른 분야들과는 달리 전담 부서 설치와 대규모 재정지원을 통해 제주도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 글은 제주도의 전기자동차 보급사업에 초점을 맞춰 다음과 같이 내부 기준에 따른 목표달성여부와 함께 에너지전환의 원칙에 따른 기준을 통해 정책평가를 해보았다.

가. [에너지 전환]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전기는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으로 충전하는가? 전기차 충전량이 전체 전력수요 증가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전기자동차 정책에 대한 정보공개와 시민참여를 보장하고, 그것을 실행할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돼 있는가?

나. [환경보전] 대기환경질 개선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가?

  제주도의 전기자동차 보급사업은 환경부가 2011년부터 추진한 사업에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보급하다 2013년 하반기부터 민간보급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그 결과 2017년 말 현재 우리나라에 보급된 전기자동차 25,593대의 약 36%인 9,167대가 제주도에 등록됐는데(자료: 환경부 홈페이지 사전정보공표 ‘전기자동차 및 충전시설 보급 현황’), 환경부 전기자동차 보급예산의 절반을 제주도에 배정한 요인과 더불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추가한 제주도의 정책적 의지의 영향이 크다. 실제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제주도 전기자동차 민간보급사업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약 2,800억 원에 달했다(자료: 제주도 경제통상일자리국의 도의회 업무보고자료, 2017년 10월).

이렇게 제주도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정책을 분석해본 결과, 2017년 말까지 1단계로 도내 전체 차량의 10%(29,000대)를 전기자동차로 대체하겠다던 계량적 보급목표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한편 전기차 충전기가 소비하는 전력량은 제주도 전체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량에서 최대 6% 내외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자료: 제주전기차정책연구센터, 2017년 8월), 아직은 ‘바람(풍력발전)으로 가는 전기차’라는 구호가 맞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에너지전환이라는 전반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최근 몇 년 사이 제주도 전력소비 증가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그 만큼 육지에서 공급되는 전력량도 늘었기 때문에 ‘공급전환’과 ‘에너지자립’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상태이다. 또한 최대부하 시간대에 전기차 충전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수요관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으며, 하향식 일방적 정책 발표는 ‘시민참여형 거버넌스’와도 거리가 멀었다.

여기에 더해 2011년 환경부가 제주도를 전기자동차 선도도시로 선포한 이후 제주도내에서 증가한 차량은 약 12만 대로(11년 말 기준 25만대→17년 말 기준 37만대; 리스차량제외),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보다 11배 이상 더 많이 보급되었고, 전기버스 사업은 실패로 규정지었을 뿐 아니라, 17년 하반기 추진된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위해 경유 버스 267대를 추가 증차해 운행시키는 것을 보면 전기차 보급을 통한 대기환경보전의 효과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제주도는 전기자동차 보급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가? 제주도가 전기차조례에 근거해 2015년 9월 수립하고, 2018년 3월 수정한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및 산업육성을 위한 중장기(2015-2030) 종합계획’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 계획의 명칭에서처럼 제주도는 전기자동차 보급 뿐 아니라 산업육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주도가 수립한 이 계획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전ㆍ후방 산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전기자동차 보급 확산을 통한 제주 산업구조 개선을 주요 필요성으로 언급하고 있다. 2017년 들어 제주도는 산업연구원에 의뢰하여 ‘전기차 보급 및 개발’, ‘충전기 설치 및 유지관리’, ‘보수 및 인력 양성’, ‘거버넌스’ 등 4개 카테고리에 걸쳐 15개의 사업 후보군이 포함된 ‘전기차 연관산업 육성정책 수립방안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특히 제주도의 산업구조가 농림수산업 등의 1차와 관광업 등의 3차에 치우쳐 있고, 2차 산업 비중이 2.8%로 극히 저조하기 때문에 전기자동차를 산업육성의 관점에서 접근해 지역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지자체의 강력한 의도가 개입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보급사업은 환경부의 대규모 예산지원을 기회로 해 전기자동차 및 충전기와 같은 인프라를 광범위하게 보급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발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전략이다. 즉, 그동안 제주지역에서 전기자동차 보급사업이 강력하게 추진된 이유는 에너지전환과 환경보전 목적보다는 지역의 신규 산업육성 전략으로 전기자동차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업진흥으로 인한 고용창출 및 지역민 소득증대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것은 무엇보다도 제조업이지만, 제주도에서 추진하는 전기차 관련 산업은 제조업을 제외한 분야이기 때문에, 대규모 예산 투입을 통해 전기차 관련 인프라를 목표대로 구축했다하더라도 산업진흥을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덧붙여 발전국가 대한민국의 부속도서인 제주도에 부여된 공간적 성격중 하나인 ‘시범지역’(테스트베드)으로서의 역할이 전기자동차 보급사업에도 적용됐다. 그리고 연간 1,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렌터카 이용을 통해 전기자동차에 대한 대외적 홍보효과도 거둘 수 있는 지역이라는 요인도 작용했다. 또한 전기자동차가 주행시 배기가스 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여서 그 동안 제주도가 내세웠던 ‘청정환경’의 이미지와도 맞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재 제주도는 교통과 관련해 단기간에 급증한 자동차등록대수(2017년 말 기준 주민등록 65만 명/차량등록 37만대)로 인해 그 동안 대도시만의 문제라고 여겨졌던 극심한 차량정체와 주차난을 겪고 있다. 도민들 뿐 아니라 쾌적한 환경을 즐기기 위해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들에게도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또한 자가용 승용차 위주의 도시개발정책으로 인해 대중교통(버스) 수송 분담율은 10% 정도로 매우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저소득층은 자동차 구입이 어렵기 때문에 점점 교통 약자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까지 수 천 억 원의 혈세를 투입한 제주도의 전기자동차 보급사업은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환경ㆍ교통ㆍ도시개발 등 종합적인 차원에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가용 보다는 보행자와 대중교통이 우선되는 교통체계와 도시계획을 수립ㆍ시행하고, 개인용 자동차 보다는 공영버스와 공공기관 차량을 중심으로 공공예산(보조금)을 지출해야 한다. 나아가 정책추진으로 인해 자동차 수리업, 주유소 및 가스충전소 등 관련 산업에 끼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해 에너지전환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기존 산업부분 종사자들의 안정적인 고용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이글은 2017년 10월 발행된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학술지 『탐라문화』 제56호에 실린 필자의 논문을 요약ㆍ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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