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 지위 향상 위해 의사결정권 있어야
사회 발전 위해 대학생의 적극적인 역할 강조

5월 27일 오상운 관광경영학과 시간강사와 대학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17년 기준 제주대학교에는 504명의 시간강사가 있다. 시간강사는 기타교원으로 분리되며 전 교원의 약 36%를 차지한다. 학문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학생들의 수업을 상당수 책임지고 있는 시간강사들이 제주대의 미래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대화했다.

▶ 시간강사의 복지에 대해.

전국 대학의 시간강사제는 같은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어 복지나 급여 문제에 대해서는 제주대가 특별히 못 하는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몇 가지의 불만을 품고 있다.

첫 번째로 도서관 이용에 있어 불편하다는 것이다. 지난 호에 기획 면에 실린 <제주대 미래를 묻다-학술연구교수> 편에서 문제 제기됐던 도서관 이용 문제에 깊이 공감했다. 시간강사 특성상 매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중앙도서관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러한 불편한 점 때문에 현재는 중앙도서관보다 ‘책 이음’ 카드 하나만 있으면 어느 도서관에서나 책을 대여할 수 있는 간편한 도립도서관을 이용 중이다.

▶ 시간강사의 일과는 어떻게 되는지.

시간강사는 나처럼 직장을 다니면서 겸업을 하는 경우와 전업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 시간강사를 하므로 수업이 있는 요일만 학교에 출근해 강의를 한다. 또한 시간강사 대부분의 경우 우리 대학에서만 강의를 진행하지 않고 타 대학에서도 강의한다. 전업 시간강사의 경우 오전에 서울에서 강의하고 오후에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넘어와 우리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분도 많다.

시간강사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일과가 다르다. 겸업으로 하는 시간강사는 생계의 보조수단으로 학교에 있는 시간이 적지만 전업 시간강사는 이를 주된 생계로 하고 있으며 많은 강의를 진행하고 있어 학교에 있는 시간이 많다.

▶ 시간강사의 역할과 지위에 대해.

시간강사의 역할은 많지만 대표적인 것은 당연하게도 ‘강의 진행’이다. 교수 1인당 강의 담당 비율이 크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고 역할을 분담하기 위해 시간강사를 채용하는 것이다.

두 번째 역할은 ‘서비스 교육의 질 향상’이다. 21세기에 들어서서 학문이 융·복합화가 진행되고 필수가 되는 사회가 도래했다. 시간강사는 학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욱 높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

우리 대학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06년부터 오랜 시간 동안 강의를 진행한 결과 시간강사의 지위에 대해 대부분 만족하는 편이다. 관광경영학과에 소속돼 있는  학생들은 단순한 시간강사로 보지 않고 교수와 선생님으로 보며 잘 따른다. 시간강사라고 무시하고 하대하는 경우는 없었다.

물론 이는 학과 분위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 뉴스에 나온 사건들을 보면 대부분 연구실에서 학부생, 석사 과정생, 시간강사, 교수 사이에서 ‘갑질’이 이뤄지고 있다. 타과의 시간강사로서 수업을 진행해보거나 타과의 시간강사들의 상황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우리 대학의 모든 시간강사가 지위에 대해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교실 내에서 시간강사의 지위는 교수와 같다고 생각한다. 강의에 대한 책임과 다양한 권리가 교수와 동등한 수준으로 시간강사에게 주어져 있다. 이는 시간강사가 맡은 강의에 있어 최적화되고 전문화된 사람이며 학교와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위에 있어 아쉬운 점은 ‘의사결정권이 없다’는 점이다. 학교와 계약관계에 있어 참정권과 같은 의사결정권을 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계약관계 안에서 가질 수 있는 권리와 의사결정권은 주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시간강사가 제주대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교육자로서 단순 직장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교육을 생각하고 있다. 만약 학교 운영에 관련된 의사결정권을 준다면 시간강사의 지위는 더욱 향상된다.

▶ 시간강사에게 대학의 의미는.

첫 번째로 생계에 도움을 준다. 겸업 시간강사보다 전업 시간강사에게는 더욱 무게 있는 직업으로 다가선다.

두 번째는 교육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문에 있어 심도 있게 연구하고 고심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항상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가르침의 욕구뿐만 아니라 배움의 욕구 또한 충족시켜 매우 만족스럽다.

세 번째로 모든 발전의 초시다. 학생들과 교육자 간 교류하며 서로가 발전해 나가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이는 학문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대학은 복합적인 관계가 유지, 계승되도록 해주는 하나의 출발점이다.

▶ 제주대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우리 대학을 비롯해 전국 대학의 문제점을 얘기하고 싶다.

첫 번째 문제점으로 전문대학(College)과 4년제 대학(University)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대학의 목표가 취업이 됐다. 전문대학과 같은 2년제 대학은 목적 자체가 취업이지만 4년제 대학은 학문적, 이론적 연구와 발전을 이끌어 가는 곳이다. 더군다나 대학은 교수에게 연구뿐만 아니라 학생의 취업 준비도 요구한다. 또한 대학에 대한 자료를 설명할 때 취업률이 필수적으로 기재되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대학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연구가 중심이 되는 학교가 돼야 한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는 교육 시스템이 바뀌지 않았다. 모든 산업과 사회가 변화됐지만 칠판과 교탁이 있고 학생들이 앉아있는 교실의 풍경은 과거로부터 멈춰있다. 교수와 강사가 강의를 주도하는 것이 아닌 교수와 강사 그리고 학생들이 조화롭게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강의가 진행돼야 한다.

세 번째 문제점으로 과 특성을 살리는 학생이 감소하고 있다. 대학과 사회 그리고 학생에게 있어 취업이 제일이 돼버렸다. 이 때문에 자신의 꿈을 좇기보다 실리를 찾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학과의 존재 가치를 거부하는 행태이며 지속된다면 그 학과는 존폐 위기에 처하게 된다. 결국 답은 교육자의 노력에 있다.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흥미를 주고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시켜야 한다.

이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우리 대학은 미래에 대한민국을 선도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다.

▶ 학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첫 번째로 도서관 이용 문제 해결이다. 매학기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이 상당히 수고스럽다. 때문에 재학생이나 교직원과 같이 모바일 이용증은 아니더라도 ‘시간강사증’을 발급해 보다 자유롭게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다.

두 번째로 휴게실이나 수업 준비 및 연구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 대학에 시간강사 수가 많지만 시간강사가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다. 시간강사들이 쉬고 수업 준비와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더욱 질 좋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컴퓨터 하드웨어의 교체다. 우리 대학은 마이크 시스템과 빔프로젝터를 이용한 첨단 수업 시스템이 상용화돼 있지만 강의를 하다 보면 컴퓨터가 느려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처럼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좋지만 하드웨어적인 업그레이드도 필수적이다.

▶ 학생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학교에 바라는 점보다 학생에게 바라는 점이 더 많다. 제주도에서 가장 지적인 집단이 제주대 학생이라 믿고 있으나 이런 지적인 집단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다.

대학생은 성인이고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할 인격체다. 때문에 자신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에 끊임없는 고민을 해야 하지만 현재의 대학생은 이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것처럼 보인다.

과거 프랑스 혁명을 통해 시민은 자유와 평등을 얻어냈다. 대한민국 또한 여러 혁명과 민주화 운동을 통해 다양한 권리를 획득했다. 그 중심에는 청년과 대학생이 있었다. 이 정신을 본받아 사회 전반에 나서서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하며 결집하고 큰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으나 대학생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힘써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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