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캠페인에서 TV토론의 영향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TV토론은 유권자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후보자들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후보자 간 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은 상황에서 어떻게 즉각적으로 대응하는지를 지켜보면서 그들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한다. 아울러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 대해서도 새롭게 검증할 수 있다. 후보자들의 육성으로, 편집 없이 생중계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직접 자신의 비전과 식견, 공약과 정책 등을 알리는 등 정책 대결로 이끄는 합리적인 선거 수단으로 꼽힌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TV토론의 가치는 빛난다.

TV토론은 부동층을 향한 이미지 전쟁이다. 즉 유권자들의 마음속에 그려지는 후보자들의 인상(印象)을 만든다. TV토론이 후보자의 이미지 변화에 영향을 준다. 이는 후보자에 대해 갖고 있는 호감도나 정당일체감 등의 여러 요소를 통제한 이후에도 유의미함을 밝혀내는 경험적 연구가 이어졌다. 또한 TV토론을 통해 3-5% 정도의 직접적인 지지율 변화를 가져온다고 한다. 

그러나 TV토론이 긍정적 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시청자들은 후보자의 표정이나 말솜씨, 준비된 연기력 등의 사소한 단서나 피상적인 이미지만을 판단하려든다. 또 한두 마디의 계산된 폭로성 발언만이 이슈화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후보자의 알맹이에 집중하기 보단 포장에 현혹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TV토론은 또한 마음속에 지지자를 정해 둔 유권자가 자신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는 확증편향을 강화할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따라서 TV토론은 실제로 지지 후보를 바꾸는 데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부동층에게만 다소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에도, TV토론이 갖고 있는 유용성을 뒤엎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고비용 선거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TV토론이라는 현실적인 측면이다. TV토론은 우리나라에서 1995년 6.27지방선거 때 처음 등장했다. 후보자들과 직접 접촉하기 어려운 유권자들에게 미디어를 통해 정책과 능력을 알리게 해주자는 의미도 있지만, 사실 관권, 금권 선거의 폐단인 조직적 차원의 유권자 동원과 접촉을 막아보자는 저의가 깔려 있다. 그래야 이러한 재정적 능력이 없는 후보도 동등한 입장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당당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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