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신 편집국장

6월 13일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인스타그램에 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내용을 살펴보니 교수의 폭언, 인격모독, 교권남용, 외모비하, 성희롱 등을 더 이상 받아드릴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어느 순간 교수가 제자들에게 해왔던 행동들이 ‘갑질’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교내에 설치된 현수막에는 ‘교수의 갑질’,‘특급 갑질’이라는 말이 눈에 쉽게 띄었다.

갑질이란 계약 권리상 쌍방을 의미하는 갑을(甲乙)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갑’에 특정 행동을 폄하해 일걷는 ‘~질’이라는 접미사를 붙여 부정적인 어감이 강조된 신조어를 말한다. 즉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우월한 신분, 지위, 직급, 위치 등을 이용해 상대방에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행동을 말한다.

사제지간(師弟之間)에 어떻게 갑을(甲乙)관계를 적용시킬 수 있을까.  교수와 학생은 모두가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위치가 아닌가?

학생과 교수는 계약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갑질이라 부르는 것은 무리다.하지만 이번 멀티미디어디자인 전공 교수의 교권남용을 갑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아마도 학생들이 교수로부터 무언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으로서 교수가 우월한 지위를 갖는 갑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학생들은 교수로부터 학점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을의 입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대게 학점은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따라 부여된다. 하지만 몇몇 과목의 경우, 학생들의 성적 기준은 교수들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멀티미디어디자인 전공과 같이 예술분야의 경우, 성적을 매기는 기준이 교수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교수 스타일에 맞춰야 한다. 교수 입장에서는 학생에게 아쉬울 게 없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아쉬울게 많다. 따라서 학생들은 동등한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사건의 당사자는 교수에게 부여된 권리를 남용해 학생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며 계약관계의 갑처럼 행동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더욱 갑질처럼 느꼈을 것이다.

요즘에는‘갑질’이라는 말이 본래의 정의를 떠나 나이가 많거나 직위가 높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아랫사람처럼 여기고 함부로 대하는 모든 행동들에 쓰인다.

입장을 바꿔 생각했을 때 내가 하기 싫거나 귀찮은 일들을 남에게 시킨다면 그 일은 상대방이 느끼기에 충분히 ‘갑질’이라고 여겨질 수 있다. 따라서 나도 얼마든지 갑질을 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필요하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배려, 존중의 자세로 남을 대한다면 갑질이 만연한 갑갑한 사회가 보다 더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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