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수지 철학과 1

충청남도 당진시는 나의 집이 있는 곳이다. 당진은 충남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그렇기에 당진이 기삿거리의 배경이 되는 일은 드물다. 드물기 때문에 신문에서 또는 인터넷에서 당진에 관한 기사를 보면 나는 자연스럽게 그 기사를 읽곤 한다.

평소와 다름없이 인터넷 기사를 읽고 있던 나는 기사 제목에 ‘당진’이 쓰여 있다는 이유로 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기사를 읽으면서 어이없음과 분노의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사건의 경위를 간략히 말하자면 이러하다. 5월 3일 SBS는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1급 발암물질’ 라돈이 대량 검출됐음을 보도했다. 대형 침대 회사 제품인 만큼 보도 이후의 후폭풍은 거셌다. 보도가 나간 지 열흘 정도 후인 5월 15일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피폭방사선량 기준치를 초과한 매트리스 7종에 한해 전면 수거할 것을 대진침대에 요구했고, 현재까지도 수거 중이다. 

그럼 어떤 경위로 라돈침대와 당진이란 단어가 한 기사에 같이 실리게 된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회수한 매트리스 중 일부를 당진항 야적장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매트리스를 당진항으로 옮긴다는 내용의 기사는 6월 16일 처음 나왔다. 그리고 6월 17일 만 개가 넘는 라돈침대는 당진항에 높이 쌓였다. 원안위는 당진항 주변 마을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매트리스를 쌓았다. 그들은 사전설명조차도 하지 않은 채 매트리스를 반입하였다.

주민들의 반발에 정부는 충남 당진항에 야적해 놓았던 라돈 침대들을 6월 26일부터 본사가 있는 천안시 대진침대 인근으로 옮기기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당연히’ 대진침대 본사 인근 주민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에도 인근 주민들의 동의를 구한다거나 하는 과정은 없었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은 프레시안의 칼럼에서 “위험 소통의 핵심은 신뢰”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신뢰는 위험 소통의 핵심이자 최소한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전 정부는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지으려다가 엄청난 비용을 치른 적이 있다. 그리고 현 정부는 전 정부와 비슷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어떠한 중요한 문제, 특히 국민들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절대 일방적인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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