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소감

 

무  제
                   
                                                          홍 수 빈 (국어교육과 2) 


너는 꽃이 내린다가 아니라 나린다라며 바람의 결이 보인다고 했지. 우리가 사는 곳은 4월에도
눈이 나리고 걸을 때마다 봄 내음이 발치에 걸렸어.


계절마다 너는 계절의 색을 묻고 그때마다 나는 색맹이 된다. 냉점과 온점마저 잊는다.
아이들이 공 튀기는 소리에도 봄은 숨어있고, 벚꽃이 지면 보오라 철쭉이 보란 듯 피어나지.


너는 흑백 영화의 주인공을 닮은 내게 새싹이 돋아난 걸 알려주고 그러면 적막뿐인 무성 영화에서
주인공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아.


구름이 흘러가는 속도에 맞춰 내 마음은 한없이 일렁인다. 봄을 닮은 네가 아른거린다.
네 소매가 바람에 너울거린다.

일러스트 김시언(언론홍보학과 4)
홍수빈 국어교육과 2

좋아서 쓴 글들이 이렇게 당선이 돼서 무척 기쁩니다. 부족한 글들을 잘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게 있어 글을 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같은 사물, 반복되는 일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글을 쓰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스스로 깨달은 건 아니고 예전에 이 말을 들은 이후로 시를 쓰는 방식이 변했습니다. 글쓴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글에 그대로 묻어난다고 생각하니 세상을 보는 시간은 길어지고, 방법도 변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눈길이 가고 길가에 핀 꽃들의 이름을 알아가기도 합니다. 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쓰면서 제 삶은 조금씩 풍요로워지고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덩달아 생겨났습니다. 그런 거듭된 고민을 모아서 저는 저만의 언어로 느린 속도지만 계속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제가 쓴 글들을 누군가가 읽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기도 하고 벅찹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번에 제출한 시 중에 한 편인 ‘맺음말’에서처럼 가끔씩 오래도록 당신을 응시하는 것이 평생 시 속 화자의 몫이듯, 천천히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제가 보는 세상을 글로 적는 것도 평생 저의 몫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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