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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은‘출산 도구’아닌 ‘재생산권’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낙태죄’ 폐지와 한국사회의 방향
  • 제주여성인권연대 고명희
  • 승인 2018.07.0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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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명 희제주여성인권연대제주여성자활지원센터장

아일랜드의 사이먼 해리스 보건부 장관은 임신중단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 조항을 폐기하는 국민투표를 통해 66.4%의 찬성으로 통과되자 “그동안 ‘너 알아서 해라’는 말을 들었지만 오늘부터는 ‘이제 우리가 함께 하겠다’는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아일랜드는 1861년에 만들어진 법에 의해 임신중단 금지가 엄격하게 통제되어 왔고, 1983년 9월, 여성과 태어나지 않은 태아에게 동등한 권리가 있다고 보는 수정헌법 8조가 국민투표에서 66.9%의 찬성을 얻어 인공임신중단을 한 여성과 조력자는 처벌을 받도록 했다. 그 후 35년이 지난 2018년 5월, 국민투표로 수정헌법 8조가 폐지되면서 임신중단 시술을 받기 위해 아일랜드 여성들이 영국 등으로 떠나야 했던 과거를 끝낸 것이다.

한국의 경우 2012년에 ‘여성의 요청에 의한 낙태 시술자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법소원은 임신을 이유로 여성과의 폭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던 남성의 소송으로 제기된 것이었다. 다시 6년 만에 한국의 ‘낙태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017년 2월 8일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이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 제출되었고, 2018년 5월 24일 공개변론이 있었다.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이후 65년간 존속되어온 ‘낙태죄’의 역사와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2016년 10월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페미니스트 그룹들과 시민들이 보건복지부의 시행 개정안 및 낙태죄를 반대하는 폴란드의 ‘낙태 금지법’ 반대 시위를 모티브로 시위하고 있다.

1. 낙태는 언제부터 죄로 규정되었을까?

‘낙태죄’는 대한민국 형법이 제정된 1953년부터 이미 ‘낙태’는 죄로 규정되었다. 이 법안은 1912년 일제의 의용형법에 근거한 것으로 1973년 모자보건법이 제정되면서, 형법상 ‘낙태’죄를 임신 당사자의 임신중단 결정을 처벌하면서도 우생물학적으로 임신 중단을 허용하는 국가가 인구 관리 계획을 위해 여성의 몸을 통제의 도구로 삼았던 것이다. 즉, 장애나 질병 등의 원인으로는 임신중단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는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을 위해 존치해야하는 목적보다 국가가 국민을 통제하는 도구로 삼아왔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여성단체 등의 ‘낙태죄’ 폐지 운동에서 주요한 여성인권 침해 조항으로 문제 제기되는 것은 269조의 1항과 2항의 ‘자기/동의낙태죄’와 270조 1항의 ‘업무상동의낙태죄’이다. 그 외 임신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임신중단 행위인 ‘부동의낙태죄’는 그 자체로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로 현행법(상해의 경우 5년이하, 사망의 경우 10년이하의 징역)보다 가중처벌 하는 방향으로의 개정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에서 ‘낙태죄’는 오랫동안 사문화된 법이었다. 형법이 제정된 후 근 50년 간 국가는 경제발전이라는 목표아래 산아제한 정책을 오랫동안 펼쳐왔다. 특히 1960년대 -70년대 가족계획이라는 이유로 임신중단을 국가가 용인했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권장하는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산아제한이 지속되자 태아 감별을 통해 ‘여아 낙태’가 성행하게 되자 1987년에는 의료법에 ‘태아의 성감별 및 고지를 금지’하는 법조문이 신설되기도 했다.

이처럼 심각한 ‘여아 낙태’가 생명존중의 입장에서 ‘여아 살해’로 인식되지 않았음에도 1990년대 들어서면서 ‘저출산’문제가 심각한 국가적 문제로 야기되면서 1994년 ‘낙태반대운동연합’이 결성되었고, 2010년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결성되면서 ‘낙태 근절’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불법’ 임신중단 시술을 한 병원을 고발하는 것을 시작으로 ‘낙태죄’에 대한 실질적 처벌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낙태죄의 위헌 판결을 촉구하는 시민서명 포스터.

2. 낙태죄 폐지 운동의 쟁점들

① 낙태죄 폐지와 임신중단율

낙태죄를 존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단체들은 ‘낙태죄를 폐지하면 임신중단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2016년 5월,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임신중단을 금지하는 나라보다 허용하는 나라의 임신중단율이 더 낮았다. 임신중단을 허용하는 국가들의 경우 임신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는 인식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임신에 대한 개인적 책임을 높이고, 임신 중단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환경을 개선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② ‘낙태죄’ 폐지와 저출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낙태죄’의 존속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없다. 우리사회의 저출산 문제는 ‘낙태’가 아니라 혼인율이 낮음을 살펴보는게 현명한 일일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의 출산은 혼인제도 안에서 출산만을 ‘정상’으로 집계하며, 혼인제도 외의 출산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비정상’적 상황으로 인식한다. 실제 가임기 여성의 유배우자 여성의 비율은 51%에 불과하다. 이런 ‘비정상적’ 사회 구조안에서 비혼 여성은 ‘정상적’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출산보다는 임신중단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임신보다는 피임을 선택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당연히 우리 사회의 ‘정상가족’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은 요원할 뿐이다.

③ 임신 당사자의 권리

우리나라의 형법에서는 임신 중단에 대한 책임을 임신당사자인 여성에게만 묻도록 되어 있어 임신에 대한 책임을 남성에게는 원칙적으로 기피권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임신중단을 결정할 때는 배우자로 대표되는 남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거나 그 궁극적 결정에 대한 권한은 국가가 가지고 있는 현행 법체계로서는 ‘인권으로서의 여성의 권리’는 멀고도 험한 길 위에 놓여있다고 하겠다.

현재 우리 사회의 임신중단에 대한 논의는 생명권과 대비되는 행위로 규정함으로써 윤리적 문제로 ‘낙인찍기’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한계가 있다. 임신중단에 대한 논의는 현행법상 ‘낙태죄’가 ‘여성의 건강권’과 ‘인권’을 바탕으로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국민으로서의 행복추구권을, 재생산권을 추구하고 있는가에 대한 준엄한 판단이 필요하다. 더 이상 여성의 몸은 ‘출산의 도구’가 아닌 재생산권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로서 존중되어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낙태죄’ 폐지의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제주여성인권연대 고명희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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