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은 만능열쇠가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을 실현시키기 위한 다양한 전략 필요

이 상 이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국내 이슈 중 가장 뜨거운 것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최저임금 인상’일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소득격차가 큰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노동력의 가치가 지금보다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보진영과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불만이 많다. 그렇다고 인상률이 결코 낮은 건 아니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을 업종 구분 없이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하는데, 이로 인해 음식·숙박업이나 도·소매업 등의 영세 사업장들은 최저임금 지불이 버거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용자 측의 반발이 거센 이유다. 이런 정황을 고려해 공익위원들은 2019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0.9%를 결정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곳은 편의점이나 식당 등 영세 소상공인들이다. 그리고 현재 이들의 상당수는 노동시장에서 밀려나와 마지못해 사업을 하는 생계형 사업자들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근로자의 25.5%가 자영업에 종사한다. OECD 평균 자영업 비중 15%나 선진국의 10%안팎에 비해 너무 높다. 과당경쟁인데, 편의점이 대표적 사례다. 매출 규모가 작다. 게다가 갑들의 횡포가 심하다. 높은 임대료, 본사의 횡포, 높은 카드 수수료가 여기에 속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건 당연하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며 공식 사과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노동시장의 1차 분배를 개선함으로써 계층 간 소득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명분은 언제나 옳다. 하지만 소득격차를 줄이는 방법으로 1차 분배의 개선만 있는 건 아니다. 2차 분배라는 유력한 수단도 존재한다. 여기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1차 분배를 개선하는 하나의 정책일 뿐이며, 진짜 중요한 것은 ‘소득주도 성장’ 전략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1차 분배와 2차 분배, 그리고 일자리 정책까지 포괄하는 검증된 복지국가 성장 전략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최저임금 인상 하나만 지나치게 앞세우다보니 예상되는 부작용만 도드라졌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한계 상황의 저소득 노동자들은 실직하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 개연성이 커진다. 실제 지난 5월, 소득하위 20% 가구의 실질소득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게 감소했다.

그러므로 최저임금이 인상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함께 또는 먼저 추진돼야 할 정책들이 있다. 바로 소득주도 성장 전략을 구성하는 정책 패키지가 그것이다. 첫째, 공정한 경제, 즉 경제민주화다. 편의점을 예로 들자면, 2018년도 최저임금 16.4% 인상을 결정했으면 신속하게 가맹점들에게 가해지던 각종 ‘갑질’들을 공정한 경제 차원에서 해결했어야 했다. 즉 높은 임대료 부담, 프렌차이즈 본사의 횡포, 카드사의 높은 수수료 등을 해결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감수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게 빠진 채 최저임금만 올리게 되면 예견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둘째, 제도적 복지의 획기적 확충이다. 아동수당 지급,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 인상 등의 보편적 사회수당 확충을 포함한 각종 복지 지출을 통해 소득보장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게다가 보육, 교육, 의료, 요양, 주거 등의 사회서비스가 보편적으로 확충되면 서민과 저소득층 가계의 실질소득이 저절로 높아진다. 셋째, 적정 일자리의 확충이다. 사회서비스 등 공공부문 일자리가 대표적이다. 이게 잘 추진되면 과당경쟁을 하고 있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상당수가 사업을 접고 재취업을 선택할 것이고, 이는 다시 과당경쟁의 압력을 덜어줌으로써 소상공인들의 최저임금 인상 여지를 넓혀준다.

그러므로 보편적 복지, 공정한 경제, 사람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포괄하는 ‘소득주도 성장’ 전략은 최저임금 인상이 수용될 수 있는 조건이자 보통사람들의 실질소득을 보편적으로 높여줄 수 있는 제도적 대책이다. 그리고 이 전략이 제대로 성공하려면 정부의 적극적 조세재정 정책이 필요한 바, 이는 지금 우리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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