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비자림로를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비자림로 확장 공사와 관련한 청원만 이미 20여건이 올라왔으며, 비자림 확장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한 청원에는 3만명이 넘는 수가 동의하였다. 들끓는 여론을 의식한 듯, 비자림로 확장 공사는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그러나 이미 벌목된 삼나무 숲은 붉은 황토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숲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준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비자림로 공사구간은 제주시 조천읍 대천동 사거리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 구간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의 보고에 따르면 제주도는 이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하루에 삼나무 100여 그루를 베어냈으며, 공사가 완성되기 까지 삼나무 숲 벌목작업만 6개월이 걸리고, 이로 인해 훼손되는 삼나무 수는 2천400여 그루에 달할 것이라 한다. 공사가 중단되기 전까지 베어진 나무의 수는 약 900여 그루에 해당되니, 이대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나무들이 잘려나간 자리에서 붉은 속살을 드러내며 사라질 숲은 그의 약 3배에 달할 것이다.

제주도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공사를 잠정 중단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선 듯 보인다. 그러나 안동우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는 8 월10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비자림로 확장 및 포장 공사를 일시 중지하지만, 2013년부터 모든 행정절차를 추진했기 때문에 전면 백지화는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산읍 이장협의회와 성산읍 주민자치위원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성산주민의 숙원사업인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는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공사의 향방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붉게 드러난 900여 그루의 나무의 옛 터전에 충격을 받아 ‘무엇이든 하겠다고 나선 시민’들과, 제주도청, 인근 지역 주민들이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에서 멈추어 서 버렸다.  결국 원희룡 도지사는 “비자림로를 아름다운 생태도로로 만들 것을 주문”했다고 하나, 그 약속은 그래서, 참 요원하기만 하다.  2013년부터 모든 행정절차를 추진하며 도달하고자 한 최종 목표가 바로 “비자림로를 아름다운 생태도로”로 유지하며, 지역 주민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지금까지의 행정절차는 그것을 위한 모든 과정이었어야 했다.

행정 절차상의 문제가 없으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현재의 갈등을 증폭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숲을 베어내고 도로를 확장하여 얻는 이익을 담보로 하여, 우리가 잃게 될 것은 무엇인지 좀 더 숙고했어야 했다. 파괴되는 숲과 더불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오름 파괴와 생태계의 혼란을 미리 경고하는 환경단체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되어야만 하는 사업이라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도민과 도의회,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계획하여, 각 계층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대화의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졌어야 했다. 대화와 설득, 소통의 부재가 오늘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킨 궁극적인 원인이 된다.  지금이라도 제주의 더 나은 미래 가치를 위하여 각 계층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과 설득을 통해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최선의 방안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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