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 현 간호학과 1

어릴 때부터 어깨너머로 바둑을 배우면서 아버지가 ‘바둑에서 인생을 배운다’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바둑과 인생을 비교하는 것이 의아했다. 하지만 바둑을 두는 과정에서 들었던 생각들 또 살아가면서 겪은 많은 일들이 바둑과 인생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그 후로 생각할 거리가 있을 때마다 나만의 바둑판을 머릿속에 그리게 됐다. 그렇다면 인생과 바둑에는 어떤 비슷한 점이 있을까? 

첫째, 한 수 앞을 보기가 어렵다. 뻔한 수처럼 보여도 상대방이 어떤 수를 둘지 예측할 수 없다. 바둑에서는 형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수’다. 그래서 “수만 파악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물론 언뜻 보면 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수가 가지는 변화의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쉽사리 형세를 예측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 어렵다.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로 ‘수’는 선택인 것이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고 성급하게 판단해서 후회하고 있던 선택이 생각지 못한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한다. 이처럼 함부로 앞일을 예단할 수 없기에 여기서 필요한 것은 소신 있는 수를 두는 것이라 생각한다.

둘째, 어찌 됐든 한 판이다. 바둑을 두다 보면 사람마다 성향이 존재한다. 그 예로, 세력을 중시하는 바둑, 전투를 중시하는 바둑, 실리를 중시하는 바둑 등이 있다. 하지만 결국 어떤 식으로든 한 판의 바둑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돈이나 권력일 수도 있고, 사랑이나 봉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은 그 사람이 존재할 때에 의미가 있다. 어떤 것이든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반칙은 없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끊임없는 문제 해결 과정이다. 바둑이나 인생이나 앞에 닥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주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그래서 바둑은 대국에서 실수했던 수들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고 더 나은 수를 두기 위해 연습한다. 또 바둑을 잘 두는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인생도 바둑과 해법이 유사하다. 예로써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감으로 선택할 수도 있으며, 책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둘 다 스스로 답을 찾는다는 것이 비슷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바둑이나 우리가 사는 삶이나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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