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대립 아직까지 지속… 비판의 목소리 갈수록 높아져공사 전면 백지화에 대한 말 없어, 나무보다 숲 보길

기존 2차선이던 비자림 도로를 4차선 도로로 넓히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 비자림 도로 논란 정리

비자림 도로는 2002년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제1회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대통령상 수상)’상을 수상할 정도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도로이다. 제주도를 방문한 많은 관광객들이 이 길을 찾아왔고, 제주도에 사는 도민들도 일부러 이 길을 이용할 정도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준 예전의 비자림로는 더 이상 없다. 도로 확장ㆍ포장 공사를 이유로 비자림로 양쪽에 빽빽이 심어져 있던 삼나무 중 900그루를 베어냈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사람들의 반대로 공사가 무기한 중단된 상태지만 이미 자른 나무를 되돌릴 방법도 없고 공사 전면 백지화 상태도 아니다. 즉,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진다면 언제든지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사건 경위

제주의 소리 8월 7일자에 따르면 제주도는 제주시 구좌읍 지역주민의 오랜 염원과 동부지역에 급증하는 교통량을 해소하기 위해 제주시 조천읍 대천동 사거리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에 대한 확장ㆍ포장 공사를 내달 착수한다고 6월 24일 밝혔다. 2022년 공사가 완료되면 현재 2차선인 이 구간이 4차선(폭 21m) 도로로 확장된다. 사업비는 총 207억원이다.

도는 2015년 11월 기본 및 실시설계를 완료하고, 2016년부터 편입 토지에 대한 보상을 시작해 45억원을 들여 72필지(11만8천16㎡) 중 54필지(8만8천903㎡)에 대한 보상을 완료했다. 현재까지 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토지에 대해서는 공사를 진행하며 계속 보상 협의를 할 계획이다.

기사가 나간 직후, 기사 내용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8월 7일에 공사가 진행 중인 훼손된 비자림로의 사진이 여러 언론사를 통해 보도되면서 국민들의 관심과 비판여론이 급격히 나타났다.

쭉 뻗은 2차선 도로 양옆으로 울창하게 나무가 자란 비자림로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민둥산 일부의 모습과 같이 휑한 비자림로의 모습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앞으로 수천 그루의 나무를 더 베어낼 예정인 비자림로 공사를 두고 비자림로 경관 파괴와 환경 훼손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비자림로 공사에 대해 반대하였다.

그러나 제주도는 비자림로 확장이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며, 삼나무가 자연림이 아니기 때문에 베어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도의 입장을 들은 환경단체는 즉각 발끈하고 나섰다.

제주환경운동연합(문상빈 공동대표)은 7일 성명을 내고 “비자림로 확ㆍ포장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제주 동부지역 교통량 해소를 목적으로 삼나무를 훼손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급증하는 교통량을 해소한다는 목적이지만, 비자림로가 다른 도로보다 정체가 심하다고 보기 어렵다. 도로 확장에 따라 (오히려)교통량이 증가해 더욱 혼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비자림로는 2002년 건설교통부(현 국토부)가 추진한 제1회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돼 대통령 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천혜의 자연경관이 잘 보존됐고, 환경과의 조화, 편리성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자연미를 극대화한 도로지만, 제주도는 탁상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제주도는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삼나무 숲길 보전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진행중인 공사의 시급성을 따져봐야 한다. 필요한 사업이라도 숲길을 보전하면서 사업의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는 대안 모색이 우선이다. 환경은 한 번 훼손되면 복원하기 어렵다. 관광 명소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 8월 8일자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내 시민단체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비자림로 공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다음날인 8월 8일 제주도가 해명에 나섰으나 도민과 관광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고 한다. 제주도는 8월 8일, 해명자료를 통해 대천에서 송당 구간 비자림로 도로건설공사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2015년 5월에 영산강유역환경청과 소규모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되었으며, 송당리, 성산읍 지역에서 비자림로를 경유하여 번영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날로 증가함에 따라 교통량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자림로 확포장공사는 매년 증가하는 관광객과 성산읍지역 및 성산항 농수산물 수송을 원활히 하기 위하여 교통량이 많은 구간인 대천과 송당간 2.9km 구간을 우선 확포장하고 있으며, 향후 제2공항 건설이 가시화되면 국가지원지방도 노선 중 대천과 표선 구간을 대천에서 송당, 금백조로로 경과지 변경하여 송당에 수산간을 4차로로 확포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삼나무 훼손과 관련해서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 시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제시된 의견으로서, 오름 훼손 발생과 도로 양측 삼나무림의 훼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일부 도로 노선을 조정하였고 불가피하게 삼나무가 훼손되는 구간은 편백나무 등을 식재하여 도로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설계에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도로확장으로 삼나무림 훼손이 불가피한 면이 있으나 앞으로 경관시뮬레이션을 통해 오름 조망과 대체 수종 식재 조치를 취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명 이후에 논란이 더 거세지자 제주도는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에 대해 경관 훼손을 막을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를 무기한 중지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제주의 소리 8월 10일자에 따르면 안동우 정무부지사는 이날 오전 10시 도청 기자실을 방문,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삼나무 수림 훼손 최소화 방안 등을 포함해 종합적인 검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9월 현재까지 비자림로 공사는 중지된 상태이다.

▶ 찬반 입장

YTN 8월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가 공식적으로 비자림로 공사 무기한 중지를 발표한 8월 10일부터 찬성과 반대 측의 대립이 본격화됐다고 한다.

제주 성산 지역 주민들은 10일 오후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즉각 재개를 촉구했다. 주민들은 비자림로 확장은 주민들의 숙원 사업임을 강조하며 “도로는 좁고 주변 삼나무로 시야 확보가 안 돼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중단된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0일 오전 시민단체는 제주도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관을 훼손하는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제2 공항이 성산 지역에 들어서면 제주 동부지역 일대가 어떻게 파괴되는지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8월 12자, 시사제주 8월 20일자를 종합해 보면 10일 이후에도 12일 삼나무 가로수로 유명한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에서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비자림로 훼손에 분노하는 시민들 40여 명이 19일 오후 4시 비자림로 현장에 모여 시민토론회와 작은문화제를 개최했다고 밝히는 등 비자림로 공사 전면 백지화를 위한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 향후 전망

비자림로 공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하고 제주도가 비자림로 공사 무기한 중지를 선언했다. 공사 전면 백지화에 대해서 강하게 부인했던 태도로 말미암아 비자림로 공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지면 조용하게 다시 공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여러 언론사들과 환경단체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은 비자림로 공사 문제에 있어 항상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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