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숭 신 편집국장

“우리의 목소리는 당신의 권력보다 강하다.”

무더운 여름에도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학생들의 목소리는 계속 됐다. 지난 3개월 동안 교수 갑질 피해자인 학생들은 카드뉴스를 만들어 언론에 알리고, 직접 피켓을 들고서 제주시청에 나가 시위를 했다. 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서는 서울에 올라가 광화문,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를 본 학교 학생들과 도민들은 피해자 학생들을 응원했다. 그러면서 학교의 조속한 조치가 이뤄지길 바랬다.

8월 28일 오후 2시 본관 3층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모두들 학생들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가 나오길 기대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기대 밖이었다.

학교 측에서 3개월 간의 조사결과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행정절차에 의해서 진행이 됐고 조만간 징계가 이뤄질 예정이다”이라고만 이야기 할뿐. 어떤 형식으로 조사를 했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에 있던 언론사의 기자들이 조사내용과 결과에 대해 수차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학교 측은 규정을 들먹이며 질문에 대한 답을 회피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서는 학교 측의 조사내용과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고, 앞으로 규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알 방법도 없다. 알 수 있는 것은 단지 10월 중에 징계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사실 뿐이다. 하지만 10월에 진행될 징계절차조차도 예정이지 확실한 것은 아니다.

전부터 학생들과 도민들 사이에서는 “그 교수 어떻게 됐어?”, “사건은 어디까지 진행됐어?” 등 사건의 진행과정과 결과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고 그만큼 이번 기자회견에 관심이 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없었다. 학교 측은 자신들의 규정을 이야기하며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가해자 교수로부터 명예훼손 고발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결과를 아는 학생들에게 조차도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제주대학교는 제주도에 위치한 지방거점국립대다. 제주도의 여론을 주도하는 대학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대학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관심도 크다. 이번 사건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져 학생과 교수 사이의 단순한 사건이 아닌 제주도민들이 관심을 갖게 된 이슈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학교는 제주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조사 진행상황은 물론 조사내용과 결과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고 지성인들이 모인 집합체에서 현명한 판단과 대처를 통해 이 사건이 원활하게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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