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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스마트폰과 얄팍한 지식"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아날로그적 학습과 사고에 의해 길러진다"
  • 서영표 사회학과 교수
  • 승인 2018.09.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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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영 표 사회학과 교수

사람들은 스스로를 아날로그 세대 또는 디지털 세대로 부른다. 아날로그 세대에 속한 사람들은 인쇄된 활자에 익숙하고 전자정보기기들의 빠른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당황한다. 디지털 세대는 아날로그 세대를 당황스럽게 하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시각적 이미지로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보면 아날로그 세대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된 사람들이다. 가용한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고 빠르고 효과적인 매체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도 갖지 못한 사람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은 ‘디지털 시대’이며 아날로그 세대는 조만간 사라질 존재들인 것이다.

잠시 생각해본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이분법 속에 잊고 있는 것은 없는 것일까? 분명 디지털 문명은 인간 삶을 편리하게 했다. 모바일기기들의 발전을 통해 불과 몇 십년전만해도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고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했던 기술을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라고 이름 붙여진 컴퓨터를 손에 들고 다닌다. 사물인터넷 기술은 스마트폰을 통해 집안의 조명과 난방까지 조절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런데 뭔가 빠져 있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우리, 인간들의 인지능력, 시간과 공간 감각이다. 디지털 시대 기기들의 도움으로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활용하고 훨씬 빠르게 일을 처리하지만 사람은 점점 더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공지능기술 때문에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세간의 걱정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누군가의 주장처럼 기술의 발전과 노동시간의 축소는 타율적인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를 가져다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이 그렇게 이용되기 위해서는 정치와 경제 체계의 ‘혁명적’ 변화가 있어야하겠지만 미리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걱정은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나타나고 있는 변화, 특히 사람들이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의 변화 때문에 생겨난다. 디지털시대 정보는 사람들의 머릿속이 아니라 휴대 가능한 컴퓨터 안에 저장되고 있을 뿐이다. 공간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에 민감한 인간의 ‘동물적’ 감각은 기술에 의해 관리되는 세상에서 점점 퇴화하고 있다.

이렇게 말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사이보그(cyborg)라고 말이다. 기계와 생명체가 뒤섞인 잡종으로서의 사이보그.

인간이 인간 아닌 동물과 구분될 수 있었던 특징인 종합적, 비판적 사고는 전자기술 전문가의 손을 거쳐 스마트기기에 옮겨간다.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과정은 인간을 생존할 수 있게 했던 동물적 특성마저도 잃게 하고 있다. 사람들은 인간의 능력이 확장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으나 현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점점 똑똑해지는 스마트폰에 비해 우리의 지식은 갈수록 얄팍해 지고 있다. 텍스트를 읽고 학습할 필요가 없어진다. 언제든 인터넷에 접속된 휴대용 기기에게 물어보면 바로바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기억할 필요조차 없다. 어쩌면 그렇게 많은 정보를 기억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엄청난 양의 정보는 우리의 집중력을 떨어트려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만든다. 지식은 체계가 있고 깊이가 있어야 한다. 체계와 깊이가 만들어지는 ‘학습’의 과정은 개인이 세상을 해석하고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준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의 정보의 세계는 평면적이다. 두께와 주름이 있는 세상이 평면으로 펼쳐진다.

이런 세상에서 미디어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말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를 비판적,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키는 미디어리터러시는 어떻게 길러질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디지털 시대 똑똑해지는 전자기기에 의존하면서 비판과 창조의 능력을 잠식당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해 보는 어떨까?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미디어리터러시는 아날로그적인 학습과 사고에 의해 얻어질 수밖에 없다고. 디지털시대의 문명이 인간을 주변부로 밀어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시대의 유산이 필요하다고. 

서영표 사회학과 교수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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