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술가의 틀 깨
불편할 정도로 현실적인 내용 담아

사람들은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한 예술가들을 접한다. 드라마, 영화를 통해 배우들을 접하고 노래를 통해 가수들을 접하며 웹툰을 통해 만화가를 접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는 예술가들은 대부분이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연봉은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정도다. TV 등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집이나 차, 일상생활 등은 서민들이 넘볼 수 없는 ‘넘사벽’이다.

2013년 방영을 시작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기점으로 관찰 예능은 현재까지도 부흥기다. 그러나 ‘효리네민박’에서 이효리와 이상순이 1000평이 넘는 제주도 집에서 놀고먹으며 여유롭게 사는 모습을 보거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연예인부부들이 아이에게 명품 옷을 입히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연예인이 자신과 닮은 구석을 보여주길 원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지나치게 현실적인 것은 보기 꺼려한다. 만약 한 달에 100만원도 안 되는 벌이로 살아가는 연예인과 저작권 문제에 대해 비판조로 얘기하면서 토렌트로 불법 다운로드를 받아 영화를 보는 연예인이 TV에 나온다면 사람들은 프로그램을 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원하는 ‘친근한’ 연예인의 배경에는 어느 정도의 환상과 부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는 웹툰에도 적용가능하다.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웹툰 공화국이다. 네이버웹툰 작가의 평균수입은 연 2억 2000만 원에 달하고(한국일보 9월 12일자), 유료 웹툰사이트인 레진코믹스의 2017년 매출은 500억을 넘어섰다.(디지털 데일리 3월 20일자).

이렇듯 웹툰 산업의 규모가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웹툰 소재 중 현실적인 내용의 웹툰을 찾기는 꽤 어렵다. 학교와 회사 등 사람들에게 익숙한 장소가 배경으로 제시되는 경우는 많지만 그 배경 속 등장인물들의 외모, 학력, 직업, 성격 등은 익숙지 않은 경우가 많다. 비현실적인 웹툰이 쏟아지는 이유는 연예인 관찰 예능을 보는 사람들의 심리와 무관하지 않다.

다음 웹툰 ‘아티스트’썸네일

비현실적인 소재의 웹툰이 판치는 상황 속에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웹툰이 한 편 나왔다. 웹툰의 제목은 <아티스트>, 포털사이트 다음의 화요웹툰이다. <아티스트>의 주인공은 44세 소설가 신득녕(미혼), 화가이자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고 있는 46세 곽경수(이혼), 42세 뮤지션 천종섭(미혼) 단 세 명이다. 세 사람은 성도 다르고 외모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많다.

먼저, 세 사람은 무명 예술가이다(그러나 만화 중반부에 천종섭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지만 돈도 없고 인기도 없고 애인도 없다. 가진 게 많지 않은 사람들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예술가지만 예술에 대한 자부심 하나는 엄청나다. 두 번째로, 세 사람은 남자 예술가들 모임인 ‘오락실’ 소속이다. 모임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었고 세 사람 이외의 다른 예술가들이 모두 인기와 부를 얻게 되면서 현재는 세 사람만 매일 보다시피 한다. 세 사람은 과거 같이 어울렸던 ‘오락실’ 멤버들에 대해 험담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며 과거 얘기를 빼놓지 않는다. 세 번째, 세 사람은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찌질함을 보여준다. 술 취한 상태로 거리에서 배 까고 돌아다니기, 어린 아이를 견제하며 유치하게 싸우기, 만취상태로 길거리에 있는 자동차 발로 차기 등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찌질하다’거나 ‘비호감이다’라고 생각할 만한 행동을 수도 없이 한다.

만화에서 보여주는 세 사람의 찌질한 일상은 조금 과장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티스트>를 보다보면 가끔씩 실소가 나오는 동시에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웹툰을 볼 때 조금 불편하다’라는 식의 댓글이 꽤 많다. 이는 웹툰에서 과장된 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세 사람의 삶과 사람들의 삶에 교집합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술을 거하게 마신 후 친구 집에 토를 한 경험, SNS에 온갖 번지르르한 사진을 올리며 자취방에서 포장 김치에 컵라면을 먹었던 경험. 수도 없이 많은 일상 속 찌질한 순간을 생각해 본다면 세 사람은 그저 비현실적인 만화 속 주인공은 아닐 것이다.

또한 무명 소설가로서 활동하는 신득녕이 뮤지션인 천종섭의 책 출판을 전적으로 도와 결국엔 무명 가수였던 천종섭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든지, 곽경수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천종섭을 축하하며 한 턱 쏜다든지 하는 장면은 등장인물의 찌질한 일상 속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독자들이 더 큰 공감대를 느끼게 만든다.

사람들은 자신이 수많은 예술가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수많은 예술가들은 전체 예술가의 1/10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사람들은 예술가에 대해 무수한 선입견과 환상을 가지고 있다.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특이한 삶을 살 것이라는 생각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술가의 범위를 좁히고 예술가들이 일상적으로 오해를 받는 상황을 일으킨다. <아티스트>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만들어진 웹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가들은 그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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