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에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최종 결과에 따르면 다행히 우리대학은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되었다. 따라서 우리대학은 교육부의 정원 감축 권고를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정원 조정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정부가 지원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일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고,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에도 아무런 제한이 없다. ‘자율개선대학’선정 여부에 따라 사라질 대학과 살아남을 대학을 구분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수도권 대학들보다는 지방대학들이 사라질 대학으로 많이 분류되었다. 특히 강원지역 대학들이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많이 분류되어 지방자치단체까지도 지역대학을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그만큼 대학이 지역사회에 사회적, 경제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학령인구감소와 수도권 집중에 따른 예견되는 일이었다. 즉, 대학소멸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살아남은 대학들인 ‘자율개선대학’도 높은 수준의 교육역량을 갖춘 대학을 인정하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 대학들은 대학다운 자율을 갖고 있을까? 지금까지의 대학의 역할은 각종 국책사업의 공모를 통해 대학재정을 지원하는 국가의 미션을 집행하는 하급기관으로서 중앙정부 중심의 대학행정을 펼쳐왔다. 즉, 교육부는 각 대학에 대한 자금 지원사업 공모를 통해 입학정원, 등록금, 학생선발, 총장선출, 교수성과급제 등의 대학정책들에 대해서 자율성을 직ㆍ간접적으로 침해하고, 중앙정부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시도가 많았다. 대학의 설립 이념이나 특성화와는 관계없이 교육부 의도에 맞는 사업지원 보고서를 쓰고 재정지원을 의존하다보니 결국 대학은 경쟁력도 특성도 놓쳐버렸다. 즉 전국의 크고 작은 대학들이 재정지원을 미끼로 한 교육 공모사업에 이리저리 휘둘려지면서 대학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육부는 지난해 11월에 ‘대학기본역량 진단 추진계획 및 재정지원사업 개편’ 시안을 발표했지만 과거 정부에서 해왔던 사업명칭 세탁을 통한 재정지원 공모사업으로 기존정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이다. 어디에도 대학을 포함한 교육행정에 대한 분권 및 자율권 부여의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대학정책에서는 정부의 분권개혁 의지와 실행역량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 대학들은 근본적인 자율성을 회복해야 한다. 설립 당시 대학 고유의 정체성을 찾고 초심으로 돌아가 본연의 길을 가야한다. 그리고 정부는 합리적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권마다 명칭만 달리하는 재정지원 사업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수년째 정부의 등록금 동결·인하 기조로 임계점에 달한 대학들의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현재 초·중등교육과정 지원을 위한 ‘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같이 대학에도 안정적으로 재정을 지원할 수 있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의 추진이 절실하다. 국세 중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대학교육에 재정지원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도가 도입되면 지금의 대학이 자율성과 교육여건이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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