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지 인 언론홍보학과 2

지난 해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을 도화점으로 ‘미투운동’이 발생했다.‘미투운동’의 등장으로 남성들은 ‘펜스룰’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펜스룰’이라는 입장이 어떠한지 자세히 살펴보기 전, 이와 끊을 수 없는 여성 혐오에 대해서 언급을 해야 한다.

우리는 여성 혐오 사회에 살고 있다. 주변만 살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모 은행의 성차별적인 채용비리까지 전부 오랜 세월 동안 내재된 혐오에서 시작한다.

이 세계는 남성 유대적인 사회이다. 우에노 치즈코는 이에 대해 ‘호모 소셜’이라는 용어를 정립했다. ‘호모 소셜’은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을 통해 본인들의 성을 자부하면서 서로를 인정해 주는 시스템이다. 여성들은 이같은 이유로 늘 객체로서 소유 대상이었다. 그런 ‘호모 소셜’에서 자란 우리들은 혐오가 익숙해져 있다. 남성들은 ‘호모 소셜’속에서 부단히 소외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여성의 입장을 옹호하는 순간 낙오하는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서 그 악마적인 대물림이 익숙해지고, 우리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조차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소셜 속에서 교육 받은 남성들은 젠더권력을 당연하듯이 휘두른다.

따라서 ‘미투운동’이 등장하자 ‘펜스룰’이라는 대응책이 나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남성들은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호모 소셜’속에서 본인들의 권력이 당연하다는 듯이 자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펜스룰’은 이기적이고 옹졸한 그들의 해결책에 지나지 않는다. ‘여자 따위는 없이도 남자들끼리 잘 먹고 잘 살 것’의 태도로 남성성의 우월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 태도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권력을 부여하는 권리가 그들에게 있음을 본인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즉, 이 세계가 남성중심사회임을 강조하면서, 본인들이 소유하지 않은 여성과는 관계를 가질 수 없다고 여긴다. 이는 관계적인 측면을 지극히 성적이고 사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결국 유대적인 관계는 본인들의 호모소셜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미투운동‘으로 요구했던 것은 사람으로서의 권리이다. 그의 반응으로 펜스룰을 내미는 것은 처참하기만 하다.  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조심’하며 살아가고 싶진 않다. ‘나는 우연히 살아남은 것이다’라는 강남역의 한 메모지를 기억한다. 차별과 혐오를 한꺼번에 종식시키기는 어렵겠지만, 난 언젠가는 약자들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주체로 살아갈 것이라는 한 줌의 희망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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