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 언 문화부장

10월 14일 억울한 20대 알바생이 칼에 찔려 죽었다. 인터넷에서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라 칭한다. 이상하게 변해가는 사회에서 하루에도 수십 건씩 발생되는 살인사건에 현대인은 그저 안타까울 뿐 타인의 죽음에 대해 무뎌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국민들은 분노했고 마치 자기 일인 듯이 나서기 시작했다. 범행이 너무 잔혹했고 사망한 20대 알바생이 PC방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칼로 얼굴을 32번 찔러 과다출혈로 숨지게 했다.

국민들은 피의자에게 사형과 엄벌을 주장하면서 그가 ‘감형’을 받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그의 부모님이 경찰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그간 범죄자들이 심신미약으로 감형을 받는 사례가 많았다. 2008년 조두순 살인사건, 2016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범죄자들은 심신미약의 이유로 감형됐다. 그 후 아동 성폭행범 김수철, 연쇄살인범 김길태, 여중생 살인범 이영학 등은 심신미약을 악용하려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무기징역의 형을 받았다.

잔혹한 사건이 거듭될 때마다 국민들은 사형을 외친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은 그 누구보다 가해자의 편에 섰다. 상식적,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가장 논리적이어야 할 법정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형법은 심신미약을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로 다룬다. 해석하는 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며 추상적이라는 점에서 규탄을 받는다. 따라서 사법부는 판례에 의존하고 있다. 결국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 분노해 국민들은 국민청원을 했고 참여인원은 115만명을 넘어서 이례적인 수를 기록했다. 국민은 범죄자에 분노했으나 사법부의 나태에도 분노했다. 이에 문무일 검찰총장은 “PC방 살인 사건을 계기로 심신미약 기준을 구체화 하겠다”고 밝혔다.

예전부터 논란이 됐던 심신미약에 관한 기준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환영이다. 하지만 큰 사건이 터지고 이제와 고친다는 것에 무사안일적 태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더 이상 심신미약으로 가해자가 이득을 취하려는 탈인간적 행위를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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