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伴侶動物)의 의미 잘 새겨야
성숙한 의식 기반으로 반려동물 문화 형성돼

네 다리가 잘려 버려진 유기견. 미국에서 신체의 일부를 잃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치료견 역할을 하고있다.               출처/중앙일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 등을 애완동물(愛玩動物, pet)이라 불렀다. 이 단어에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기르는 동물’이라는 뜻이 포함돼 단어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사람들은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伴侶動物, companion animal)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반려동물은 동물이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임을 알리기 위해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처음으로 제안된 용어이다. 죽는 날까지 평생을 함께하는 가족처럼 반려동물 또한 기르기 시작했으면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는 그 날까지 함께 해야 하는 가족이다.

KB 금융지주 경영 연구소는 <2017 반려동물 양육실태조사> (15세 이상 남녀 각각 1500명씩 총 3000명 대상)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구 10명 중 3명이 반려동물을 기른다고 발표했다. 또한, 2020년의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약 6조 원으로 예측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의 수와 반려동물 관련 산업규모가 끊임없이 성장하는 추세다.

10월 26일, 제주시 애조로 연동 교차로 인근에서 한 SUV 차량이 백구 두 마리를 차 뒤에 매단 채 운전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서부경찰서는 29일 동물보호법 위반혐의로 A씨(52)를 입건해 조사했고, A씨는 “학대 의도가 아닌 훈련 목적”으로 차에 개 두 마리를 매달았다고 말하며 사람들의 분노를 가중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3월 제주시 내도동 한 도로에서 B씨가 자신의 오토바이에 개를 매달아 500m를 달리고, 그 후 쇠파이프를 이용해 식용 목적으로 잔인하게 백구를 도살한 사건도 있었다.

이외에도 반려동물과 관련된 사건ㆍ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기문제가 있다. 지난 9월 25일 무소속 손금주 의원이 농림 축산 식품부로부터 받은 ‘2013~2018(8월) 지역별 유기동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약 5년 동안 전국에서 총 51만 7407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졌다. 또한, 제주도는 1만 9193마리로 기초자치단체별로 볼 때 가장 많은 유기견이 버려졌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반려동물 학대 사건ㆍ사고, 명절이나 휴가철만 되면 꼭 등장하는 수많은 유기견 문제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우월적 태도와 마음가짐을 재고시킨다. 반려동물은 마트에서 강아지 인형을 사듯이 키우고 싶다고 해서 맘대로 키울 수 없다. 가장 기본적인 재정능력부터 시작해 반려동물과 하루 동안 얼마나 오래 지낼 수 있는지, 집을 떠나있는 시간이 길진 않은지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반려동물을 진심으로 아껴주고 책임질 수 있는지, 한 가족으로서 항상 반려동물을 배려하고 사랑해줄 수 있는지, 자신이 반려동물을 키울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충분히 점검한 후 반려동물을 분양 또는 입양 결정해야 한다.

일부 무지한 사람들에 의해 반려동물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반려동물을 가족구성원으로 생각하며 항상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참된 동반자로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 의해 반려동물 관련 문화가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그 중 두 가지를 골라 소개해 보고자 한다. 

 △ 다이어리 ‘오늘도 너와 함개’, 반려견과의 추억을 되짚을 수 있는 기회

지난 8월, 반려견과의 추억을 기록할 수 있는 다이어리 ‘오늘도 너와 함개’가 출시됐다. 이 다이어리는 반려견과 반려인의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컨텐츠를 제작하는 대학생 연합 동아리 ‘댕이트’에서 제작했다. 또한, 다이어리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후원자들의 후원을 받아 제작됐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자금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목표 금액과 모금 기간을 정하여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아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것이다. 후원 기간이 끝난 지금 ‘댕이트’의 프로젝트는 308명의 후원자로 4배 이상의 후원율을 달성했다. 다이어리는 반려견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질문지, 삭제할 수 없는 멍스타그램, 일 년 후 편지, 반려견과 함께하고 싶은 꿈을 적는 버킷리스트로 구성됐다. 이 다이어리의 사용자 중 한 명은 “반려동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동안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아 미안하다”는 후기를 남겼다.

△ 반려동물도 가족이다.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는 반려동물 장례식

반려동물이 없어서는 안 될 가족으로 인식이 변함에 따라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펫로스 증후군이란 가족처럼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이다. 현행법상 죽은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취급되어 동물병원에 맡겨도 의료폐기물로 처리된다. 이런 이유로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찾는 견주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반려동물의 장례는 사람과 비슷한 절차로 이루어진다. 간단한 장례식 형태의 추모절차를 거친 후 선택에 따라 수의를 입히고, 관의 재질과 모양 등을 선택해 입관한다. 이어 화장한 후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집에 보관하기도 한다. 유골을 가공해 메모리얼 스톤으로 만들어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는 방법이다.

또한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웹툰이 각광을 받고 있다. 네이버의 ‘개를 낳았다’와 ‘하아의 하루’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며 느끼는 고충을 웹툰으로 풀어내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의 증가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반려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반려동물의 급증현상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이고, 반려동물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며, 진정한 반려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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