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로 투자 전국 상위권, 투자 줄이고 도민 참여 확대해야
해외 고도(古道)처럼 경관과 연결성이 뛰어난 도로 만들어야
모두가 함께하는 협의 기구와 지역주민 위한 복지 필요

11월 7일 시민단체‘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은 비자림로 해결을 위한 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시민 32명이 참가했으며 비자림로 관련 발표와 자유토론이 진행됐다.

시민단체‘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은 11월 7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비자림로 해결을 위한 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올해 8월 제주도는 비자림 도로 확충을 위해 삼나무 915그루를 잘라냈다. 그 결과 공사 반대 여론이 도내 환경단체를 시작으로 전국에 퍼졌고 도로 확포장 사업은 잠정 중단됐다. 도는 전문가로 이뤄진 자문위원회를 열어 10월 말에 입장발표를 하겠다고 했지만 11월 중순으로 미뤄지고 있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는 도청과 도의회에 비자림로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시민단체와 도민들은 비자림로 해결을 위한 자발적 토론회를 준비했다.

이날 토론회는 윤여일 제주대 공동자원연구센터 상임연구원이 사회를 맡고 고은영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신동훈, 김순애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회원이 발표했다. 발표 이후에는  자유토론이 이뤄졌다.

▶제주 도로, 인식변화 필요

고은영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도로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7년 말 기준 우리나라 도로현황을 살펴 보면 제주도의 남다른 도로 투자를 엿볼 수 있다. 제주는 국토면적당 도로연장이 1.74km로 서울, 부산 다음으로 길고, 도로 개발에 km당 200여억 원을 사용한다. 이는 개발과 동시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도로에 확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도로는 이동과 접근 기능을 높여주는데 많은 기여를 하지만 ‘생태계 분리’, ‘경관 파괴’, ‘부동산지가 급상승’, ‘외지 자본만을 위한 이익 창출’이란 부작용을 만들어낸다. 더불어 도로 건설하는 과정에 행정의 강제토지수용, 지역주민의 찬반 대립 등 지역 갈등이 나타난다.

 고 위원장은 “도로는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유재로서 지나가는 통로가 아닌 머무는 공간이란 인식을 바탕으로 도로의 경관을 지켜야 한다. 더나아가 도로 건설에 도민들이 참가할 수 있는 민주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며 “실천으로는 비자림로에 도로총량제 시범 지구를 지정하고 도로계획 생태자문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도로 그리고 제주 행정의 문제

신동훈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회원은 ‘세계의 길, 지속가능성’이란 주제로 해외사례를 통해 비자림로 확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스페인은 제주와 비슷한 산업환경으로 관광산업과 건설업이 주를 이루고 있어 충분한 비교사례가 된다. 2002년 스페인 지방정부는 유로화 통합으로 경기 호황이 찾아오면서 건설(사회간접자본)투자에 집중했다. ‘대표적으로 코스타 델 솔(태양의 해변)이 있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로 부동산 값은 폭등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제조업이 붕괴됐다. 결국 스페인 지방정부는 부채의 늪에 빠지게 됐다. 스페인 사례를 통해 제주의 막대한 건설업 투자는 위태롭다고 볼 수 있다.

 이어 신 회원은 오스트리아와 체코의 고도(古道)를 소개하면서 연결성이 뛰어나고 예전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도로를 보존하는 것이 개발하는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김순애 회원은 ‘비자림로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현재’를 주제로 비자림로 논란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와 제주 행정의 문제점을 고발했다.

비자림로 사업은 제주 동부권 교통량 증가에 따른 교통불편 해소를 목적으로 시작됐지만 그 과정은 민주적이지 못했다. 김 회원은 “200억 원이 넘는 예산에 대한 적정 근거와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고, 실행 부분도 허술하다”고 말하면서 몇 개의 의문점을 제시했다.

 고희범 제주시장은 도의회 답변에서 10월 18일 대천교차로-금백조로 입국 구간 교통량을 조사한 결과 1만440대로 집계돼 도로확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8월 13일 KBS 보도에 따르면 교통정보센터는 “논란이 되는 대천동 사거리의 주행속도가 60km 가까이 나오며 소통이 원활한 ‘초록색’ 도로 표시가 나온다. 차량 주행에 무리가 있거나 정체되는 속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 회원은 막히지 않아도 교통량이 늘면 도로 개설한다는 행정의 맹점을 꼬집었다.

 또한 총사업 예산 207억 중 165억 공사의 입찰 공고 기간이 10일(기준 30일)만에 끝난 것과 2.9km 비자림로를 4차선으로 확충할 시 20초가량 밖에 절약하지 못해 도로 확충의 필요한가에 대해 물음을 던졌다.

이어 이미 잘려나 간 비자림 터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대안으로 비자림로 공모전 수상작인 김홍모 작가의 작품을 제시했다. 그림에는 반쯤 잘려나간 비자림로에 작은 공연을 할 수 있는 시민 마당을 조성하고 갓길 주차 해소를 위한 작은 주차장, 인도를 설치했다.

▶도정과의 소통부족, 도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 필요

발표 이후 자유토론시간에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그 중 시민들은 제주 개발과 예산집행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해당 지역주민들을 위한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도민들은 지방정부와의 정보 격차로 소통이 되지 않아 개발 과정을 알 수 없다. 비자림로 확충 공사잠정 중단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시민들은 “개발 사업이 어떻게 기획되고 진행되는지 알 수 없다"며 “도민, 지역주민, 도가 함께하고 행정의 개발 계획을 공유할 수 있는 협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비자림로 논란으로 해당 지역주민과 그 외 도민 간의 갈등이 발생했다. 자유토론회에 참가한  시민 중 한 명은 “비자림로 확충을 반대하는 의견은 해당 지역주민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며 “지역주민에게 확충 중단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도로확충에 쓰이는 207억원 중 일부 예산을 지역주민의 소득창출을 위한 공동마을사업에 투자하고, 송당주민들이 직접 수혜 받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한 시민은 “제주에 살면서 제주의 여러 풍경이 파괴되는 것을 자주 봤고 부동산 가격 급등, 젠트리피케이션 등 다양한 부작용들을 봤다. 이번 비자림로만이라도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면서 제주 개발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날 11월 8일 제주 시민단체는 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비자림로 공사 중단과 도로계획 재수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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