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숭 신편 집 국 장

총여학생회는 1980년대 처음으로 등장해 당시 남성보다 비교적 열악했던 여성의 교육권 신장에 앞장서는 단체로서 역할을 해왔다. 현재 우리 대학의 총여학생회는 여대생의 의견을 대변할 뿐 아니라 학내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화장실 및 샤워실 내 몰래카메라의 유무를 점검하고, 성차별 없는 평등한 학내 생활을 위해 각종 특강 및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학가에서는 총여학생회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교육부가 전국 4년제 대학 100여 곳을 상대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취합한 총여학생회 현황에 따르면, 100여개 대학 중 총 여학생회가 존재하는 대학은 22개 대학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16일 성균관대학교에서는 총여학생회 폐지안이 가결됐다. 우리 대학에서도 다가오는 11월 14일 총여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총여학생회의 폐지’에 대한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총여학생회의 폐지’를 두고 나오는 대다수의 의견은 ‘존재감, 필요성’에 대한 것이다. 총여학생회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학내 여학생의 비율은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과거에 비해 상당히 증가했다. 이에 여학생들의 의견이 총여학생회라는 별도의 여성 조직 대신 총학생회를 통해서도 반영되게 되면서 총여학생회의 존립 이유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몇몇 남학생들은 ‘총여학생회’라는 단어에서 역차별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이에 총여학생회는 총여학생회에 들어가는 ‘여’가 여자 ‘여’가 아닌 같은 ‘여’라고 설명하지만 남학생들은 이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투표권이다. 총여학생회는 ‘남자와 여자는 같다, 차별이 아닌 평등’을 주장했지만 남학생들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남학생이 내는 학생회비는 총여학생회의 예산에 포함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총여학생회를 바라보는 남학생들의 시선은 부정적인 편이 많다.

총여학생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였던 11월 7일에 개최됐던 정책토론회에서 제시된 공약들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 공약들을 봤을 때 총여학생회의 정체성을 찾기 어려웠고 구체적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총여학생회의 공약인 성교육, 여성용품 지원을 제외하고 의견수렴, 간식 배분, 정보전달 등 대부분의 공약들이 총학생회와 유사했다. 이는 총학생회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총여학생회가 총학생회 내 기구로 편성되어도 별 지장이 없을 것 같다.

학교에서의 여학생의 권리와 남학생의 권리는 어느 정도 동등해졌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총여학생회의 존폐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총여학생회가 계속 유지되려면 학생들 누구나가 납들할 만한 총여학생회만의 공약이 필요하다. 학내 안전을 위한‘표지판 설치’과 같이 단체의 특성과 상관없는 공약을 내세우기 보다 기존에 진행했던 학내 행사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수렴하고, 보완해서 행사를 점점 더 발전시켜 나가는 방향을 추구하는 것은 어떨까.

또한 ‘총여(女)학생회’가 자신들이 주장하는 같을 ‘총여(如)학생회’가 되기 위해 ‘투표권’을 비롯한 과거 세칙부터 개정해 남학생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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