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Guest Visit)통해 프랑스인들과 소통하는 시간
고영림 위원장 “내년 파리와 교류 맺어 국제적 연대 생각”

11월 9일 영화 ‘파리, 오페라’상영 후 김영근 지휘자(왼쪽)와 사회를 맡은 김태관 공연기획자가 GV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 프랑스 영화제는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중견 영화제다. 이번 영화제는  CGV 제주노형, 영화문화예술센터, 상상아틀리에-제주까지 총 3곳에서 11월 6일부터 11일까지 총 6일간 진행됐다.

이번 영화제는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가 주최하고 제주프랑스영화제집행위원회 주관으로 열렸다. 행사 기간동안 모든 영화는 선착순에 한해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영화제는 제주도 내 거주하는 일반인,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구성된 ‘본누벨(bonne nouvelle)’의 노력으로 큰 어려움 없이 마무리 될 수 있었다. 제주프랑스영화제 스태프들은 ‘본누벨(bonne nouvelle)’로 불린다. 본누벨(bonne nouvelle)은 한국어로 ‘쾌보(快報)’라는 뜻으로, 쉽게 말하자면 ‘좋은 소식을 전한다’라는 의미의 말이다.

본누벨은 크게 동선담당, 마이크담당, 스태프담당, 사진담당 등으로 나뉘어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 없이 영화제 곳곳에서 활약했다. 필자는 본누벨에서 스탬프담당과 사진담당을 맡아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의 영화제 책자에 스탬프를 찍어주고, 개막식과 GV에서 페이스북 라이브를 진행했다.     
     
◇ 폭소만발 결혼식부터 대담하고 발칙한 사기극까지

이번 영화제는 11월 6일 오후 7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장편영화 16편과 단편영화 15편을 상영했다. 영화제의 개막작으로는 화려한 결혼식 뒤의 분주한 모습을 담은 ‘세라비, 이것이 인생!(C’est la vie!)’이 선정됐다.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코미디장르의 영화로서 웨딩플래너 맥스가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겪는 하루 동안의 우여곡절을 담고 있다. 감독은 영화 속 맥스의 하루를 통해 인생이 무엇인지를 쉽고 재미나게 담아냈다.

폐막작은  마스크를 쓴 신비로운 남자가 아름답지 못한 세상을 향해 벌이는 전대미문의 사기극을 그린 영화 ‘맨 오브 마스크’가 상영됐다. 고영림 집행위원장은 폐막사에서 제주 4ㆍ3 70주년과 1918년 11월 11일 제1차 세계대전 종료를 기념해 이 작품을 골랐다고 말했다.

‘맨 오브 마스크’는 프랑스 유명 소설<오르부아르>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영화는 1920년대 배경으로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을 통해 전쟁에 대한 공포와 세상에 대한 적대감을 갖게 된 주인공 알베르와 에두와르가 아름다운 가면을 쓰고 아름답지 못한 세상에 희대의 사기극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위 작품은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완성된 탄탄한 스토리와 결말, 훌륭한 작품성, 20세기 초의 프랑스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낸 비주얼 등 모든 요소를 부족함 없이 담아내 관객들을 만족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서로 다른 언어의 사람들이 영화로 하나 되는 시간 (GV: Guest Visit)

다양한 장르의 프랑스 영화를 무료로 즐길 수 있었던 점과 더불어 제주 프랑스 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큰 행사는 영화 관계자와 관객이 만나는  GV(Guest Visit)였다. 이번 영화제에선 총 13번의 GV가 진행됐다. 역대 최다 GV로 황석희 영화번역가뿐 아니라 이수원 경기대 교수 겸 영화평론가, 김지수 미술감독, 세바스티앙 시몽 프로그래머, 서가을 영화감독 등이 참석해 GV를 빛냈다.

영화제 첫 GV는 개막식이 열린 11월 6일 진행됐다. 개막작 ‘세라비, 이것이 인생!’의 상영이 끝난 후 진행됐으며, 데드풀 시리즈 번역으로 유명한 황석희 영화번역가가 참여했다. 황석희 번역가의 인기를 실감하듯 수많은 관객들이 개막작 상영 1시간 전부터 영화관에 도착해 줄을 서기도 했다. GV는 황석희 번역가가 하는 말을 이영주 통역사가 프랑스어로 통역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후의 GV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GV에 참석한 한 관객은 “언어의 차이로 대화를 하는 데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지만, 영화를 매개체로 멀게만 느껴졌던 프랑스인 감독 또는 배우들과 영화에 대한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일궈낸 영화제

타국 영화에 대한 행사답게 통역사가 활약했다. 통역사들은 영화제 개ㆍ폐막식과 GV에서 한국인과 프랑스인의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영화제가 진행된 곳곳에는 카메라맨들이 영화제가 진행되는 과정을 빠짐없이 다 담아냄으로써 영화제의 생생한 현장을 간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영화제엔 25명의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대부분 제주대 학생이다. 오랜 시간동안 제주대 프랑스관련 교양수업을 진행해온 고영림 교수가 매년 1학기 종강 전,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 영화제 스태프 참여 의사를 물으며 스태프를 모집한다. 영화제 스태프들은 영화제 시작 전의 회의를 통해 자신의 역할을 정한 후 영화제에 투입된다. 또한 각자 가능한 시간대에 맞춰 활동한다.

제9회 제주프랑스영화제에 처음 스태프로 참여한 유해인(독일학과 1)씨는 “프랑스교양 수업을 듣게 되면서 고영림 집행위원장님을 만나게 됐고, 진취적이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을 지닌 어른과 짧은 기간이지만 함께 축제에서 일하고 싶어 영화제에 참여하게 됐다”라며 스태프로 지원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영화제는 11월 11일 저녁 7시 20분에 열린 폐막식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폐막식엔 고영림 집행위원장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고영림 집행위원장은 ‘영화’라는 매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하고, 타인의 입장을 역지사지로 이해해 볼 수 있게 하는 아주 훌륭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영화’를 접하는 것, 그것이 제주 프랑스 영화제의 의미이다”라는 말로 폐막사를 시작했다. 또한 영화제에 참여한 스태프들, 통역사, 카메라 감독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그들의 노력이 없었으면 이 자리까지 오지 않았을 것임을 강조했다.

고영림 위원장은 “제주 프랑스 영화제는 작지만 단단한 영화제이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일궈진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제10회 제주프랑스영화제를 앞두고 파리에서 13년 째 진행되고 있는 파리한국영화제와 교류를 맺어 국제적인 연대를 시작해 볼 생각이다”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폐막식을 마친 후 제9회 제주프랑스영화제 김현도 운영팀장은 “6일동안 함께해온 스태프들 덕분에 무사히 영화제를 진행할 수 있었고, 같은 팀으로서 함께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라고 영화제 참여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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