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건강보험 적자 아닌 흑자
난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 버리고 따뜻한 관심 필요

이 상 이

의학전문 대학원 교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10월 17일 제주에서 난민 신청한 예멘인 458명 중 339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 허가가 결정됐다. 34명은 체류 불허가 결정됐고 85명에 대해서는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내전을 피해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던 예멘 사람들이 올해 초 무사증 입국 제도를 이용해 제주에 대거 입국했던 것인데, 이들의 난민 신청에 대해 우리 정부의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협약과 난민법 상의 ‘난민 인정 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했지만 강제 추방할 경우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받을 위험이 있어 인도적 차원에서 임시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다. 이들은 취업 활동이 가능하고 이동도 자유롭지만, 난민과 달리 본국의 가족을 초청할 수 없고 생계비 보장과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런데 이 사안을 둘러싸고 견해 차이가 크다. 민주 사회에서 이견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오해와 편견’이 심하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일부 세력과 심지어 일부 언론도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나는 경향신문의 사설 입장에 동의한다. 경향신문은 대체로 정부의 조치가 적절했다는 인식을 내보였다. 사설에는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이 없는 점은 아쉽지만, 자국으로 돌아갈 경우 생명의 위협을 받을 예멘 사람들이 강제 출국을 면하게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라고 돼 있다. 경향신문이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이 없다는 점을 아쉬워한 부분’은 우리 사회의 폐쇄성을 우려한 것이다. 실제로 인권단체들은 “난민 인정 0명, 졸속 심사”라며 반발했다.

반면, 반대단체들은 “가짜 난민을 수용한 정부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심지어 정부가 주권국가의 결단과 자존심을 포기할 정도라면 차라리 ‘유엔 난민 협약’을 탈퇴하라고 요구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2013년 난민법을 제정했고, 난민 관련 국제인권조약에 가입돼 있다. 법무부의 8월 통계월보를 보면, 1994년부터 올해 8월말까지 난민 신청자는 총 4만4471명이고 현재까지 2만1064명에 대한 심사·결정이 종료됐으며, 이 가운데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861명에 불과할 정도(약 4%)로 우리나라는 난민 인정이 까다롭다.

외국인 건강보험에 대해서도 오해와 편견이 심하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온 외국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혐오를 키우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18년 국정감사 전후로 언론에 보도된 외국인 건강보험 관련 기사들은 외국인 건강보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진실의 전모가 아니라 일부 내용만을 선정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오해와 편견이 확산됐다. “피 같은 세금으로 남의 나라 국민까지 챙겼다니 뭐 이런 황당한 법이 있나?”, “세금 안 내는 외국인한테 퍼주다니 정말 호구나라가 따로 없네” 이 문장들은 선정적 기사에 달린 주된 댓글의 일부다.

이게 진실일까? 외국인 건강보험이 적자라서 우리 국민의 세금과 보험료로 이들을 돌보고 있을까? 건강보험 외국인 전체 가입자의 2017년 재정수지는 2,490억원 흑자였고, 최근 5년간 재정 수지는 1조1천억원이나 흑자였다. 다만 외국인 지역가입자 재정은 2017년 2,051억원 적자였던 게 사실이다. 진실은 외국인 가입자가 2017년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2,490억 원의 흑자를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일부 미비한 제도에 대한 비판과 개선 방안의 제시는 옳다. 제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외국인 건강보험의 악용 사례를 막는 것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 태도나 혐오의 양산은 곤란하다. 특히 객관적 사실이나 국제적 기준과 관행에 근거하지 않은 채 확산되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각은 더 그렇다.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난민 인정이 매우 까다로운 국가다. 그리고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은 전체적으로 적자가 아니라 명백하게 흑자다. 다수의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서 힘든 일을 하고 있다. 지금 이들 외국인에게 오해와 편견 대신 먼저 따뜻한 눈길을 보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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