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당국이 모 학과의 갑질 교수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 파면하였다. 늦은 감이 있지만 대학당국의 결단을 환영한다. 그러나 한편 같은 교수구성원으로서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교수들은 이번 사태를 자기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 교수들은 누구보다 갑의 위치에 있는 입장이고, 이번 사태가 단지 해당 교수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갑질은 그동안 우리사회의 경직된 조직문화에 깊숙이 뿌리박혀온 구조적인 문제이고, 이 점에서 대학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인권의식의 향상과 더불어 최근에야 우리사회에서 민감한 이슈로 떠올랐을 뿐이다. 오죽했으면 정부와 교육부가 나서 갑질 근절 대책까지 세우겠는가를 생각하면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심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우리대학에 아직 수면위로 공개되지 않은 또 다른 갑질적 행위들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자신의 행위가 갑질에 해당하는지 조차 모르고 무의식적으로 저지를 수도 있다고 여긴다.

갑질이란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갑이 권한을 남용하여 을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를 말한다. 갑의 권한 내의 적법한 행위라도 을에게 인격적 모멸감을 유발하는 경우도 갑질에 해당함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경우 교수와 직원 간, 교직원과 학생 간에 부당한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사적 심부름, 편의 요구, 금품ㆍ향응 수수, 학생 인건비 횡령, 논문도용ㆍ저자 끼워 넣기, 폭언ㆍ폭행 등의 인격모독, 성희롱ㆍ성추행ㆍ성폭력 등의 갑질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성폭력, 논문도용, 인건비 횡령 등은 갑질을 넘어 권력형 범죄행위이다.

갑질 없는 대학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교직원들이 갑질의 부당성과 행위들에 대해 인식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 민감성을 갖추어야 한다. 여러 상황에서 을과 대면할 때 자신의 행위가 갑질에 해당하지 않는지 민감하게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무심결에 던진 농담이고 선의에 따른 행위라고 할지라도 을의 입장에서는 갑질로 여겨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무심결에 행한 갑질을 인식하거나 을로부터 부당성을 지적받았을 때는 지체 없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성숙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갑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는 태도도 버려야 할 것이다. 을의 지위에 있는 학생이나 직원들도 갑질을 당할 경우 바로 부당성을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대학당국도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을의 처지에서 당사자에게 받을지 모르는 불이익을 감수하며 바로 갑질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러한 을의 입장을 고려하여 갑질의 신고접수, 신속한 조사와 대처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을의 익명성과 비밀을 보장하는 방안, 을이 원한다면 그를 대변하는 변호사 교수제, 조사위원회에 을측의 인사를 포함시키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을의 2차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자 회복을 위한 방안 강구도 필요하다. 부디 우리대학에는 더 이상의 갑질 행위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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