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강사법)은 지난 2011년 개정되었으나, 시행은 지지부진했다. 법의 시행은 대학의 비용 부담과 강사 대량 해고 등의 우려를 이유로 지난 7년 동안 유예됐다. 이에 강사 대표와 대학 대표, 국회 추천 전문가가 주축이 되어 구성된 ‘대학강사제도 개선협의회’는 18차례의 회의를 거쳐 지난 8월 새로운 개정안을 도출했다. 그리고 국회 교육위원회는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강사법) 개정안’에 대해 지난 1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이를 처리했다.

개정안에는 시간강사에게 법적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의 임용기간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강사의 부당해고를 방지할 소청심사권과 방학 중 임금지급도 명시됐다. 강사 임용 시 임용기간과 임금 등을 포함해 서면계약하도록 하고, 재임용 절차도 3년까지 보장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오는 2019년부터 시행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사들의 교원지위를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강사법) 도입을 앞두고, 전국의 각 대학에서도 새로운 법의 시행에 대비한 다양한 대비책들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줄을 이었다. 다만, 그 대비책들이 대학교육의 질과 강사들의 처우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방향보다는 오히려 대학재정과 운영의 위기를 핑계로 퇴행적인 경향으로 치우친다는 점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대학들이 비공식적으로 시간강사를 줄이기 위해 과목 수를 줄이고, 대형 강의와 전임교원 강의를 늘리려 한 정황이 한국을 대표하는 명문사립대학 중 한곳의 대외비 문건을 통해 실제로 확인되었고, 또 다른 대형대학은 기존 전임교원의 강의시수를 늘리는 방법을 통해 강사 수를 현재 1232명에서 500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국립대도 예산 등을 이유로 강사 감축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특히 대학들은 강사가 주로 담당하던 교양과목의 종류와 수를 대폭 줄이거나, 졸업이수학점의 축소 및 매학기 개설되는 전공과목 수와 각 과목의 분반 수도 줄이면서 같은 과목이나 서로 다른 커리큘럼을 합치는 방식으로 한 강의를 100명 이상 듣게 하는 ‘콩나물 강의실’을 확대하는 방안들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연이어 들린다. 대학이 강사법 개정안에 이런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수준 높고 다양한 수업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강사법은 그 배경이 지나치게 낮은 강사들의 지위와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이다. 전 사회가 학문후속세대인 강사들의 처우에 대한 본질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또한 대학은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우선시하고, 예산을 교육에 최우선 배정하여야 하는 기본원칙을 결코 저버려서는 안된다. 대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이익집단이 아니다. 미래세대를 책임지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그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깊이 있고 다채로운 수업을 제공하면서 그들의 정당한 학습권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는 책무임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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