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 딱 좋은 계절이 찾아왔다. 며칠간 하늘에 구멍이 나 있어서 그런지 저절로 오는 계절이 제 발로 어렵게 찾아온 것 같다. 이제부터는 아무도 신입생이 아니므로 학문에 정진하기에, 다가올 중간고사에 나름대로 대비하기에 손색이 없다. 개강시즌도 조금 벗어났으니 술 먹이는 데도 없고 뜻있는 학우들에게는 얼마나 편안한 날들일까. 학우들은 제각기 이렇게 ‘시간적으로' 준비중일 것이다. 아니, 모든 준비가 완료되어 실행에 옮긴 학우가 더 많겠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데 못하는 학우들도 있다. 터득하려고 하면 배워야 하고 배우려면 가르치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가르침(그것이 학점이든 진정 깨우침이든 간에)을 받기 위해 먼 길을 차를 타고 와 얼마간의 거리를 몸소 걷는 등 나름대로의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면 뭘하나. 일부는 강좌만 개설되어 있을 뿐 강의가 진행되지 않는데. 경영학과 일부 강좌는 이번 달 내내 ‘휴강'이다. 저번 학기에는 언론홍보학과가 그러더니, 한 학기 걸러 한번씩 시원시원하게 넘어가는 적이 없다. 터놓고 얘기해 교수채용이 문제시되지 않는 대학이 어디 있겠는가만은 이처럼 표면화되는 경우면 사정이 다르다. 오죽했으면 학생들에게까지 불똥이 튀냐는 말이다. 경영학과는 지난 학기 채용이 미뤄진 것이다. 오랜 동안 경영학과는 교수문제로 말다툼이 있었고 이제는 ‘다음 학기에는 어떤 드라마가 연출될 것인가'에 본과 학우들이 심히 걱정하고 있다. 비단 언급한 두 학과만이 문제가 아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의과대학은 지원자가 없어서 언론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7개 씩이나 되는 전공분야에 구멍이 났으니 보통 문제가 아닌데 학교에서는 특별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 않다. 지원자가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닌데 지원을 하지 않는 이유를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실질적인 해결책은 없는건지, 생각을 하지 않는 건지 답답할 뿐이다. 대학은 기초학문을 쌓고 취업을 준비하는 장이다. 각자의 목표가 따로 있는 곳이고 적어도 자신이 수강하는 과목만큼은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해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교수들간의 사감이 작용했건 그저 오해가 있어 시비가 있는 것이건 상관없다. 수강과목과 교수와는 수강과목과 학생과의 관계처럼 밀접한 관련이 있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밀접할수록 질 좋은 강의가 이루어 질 것이며 그것이 위배될 경우 학교 전체의 위상이 떨어진다. 질이 어떻고 간에 채용조차, 혹은 지원조차 안되고 있으니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후인지 모르겠다. 좋은 교수를 뽑는 것이 우선인지, 강의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급선무인지. 이것은 지역사회의 문제이다. 제주도내 하나밖에 없는 국립대학교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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