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은 주 영어영문학과 4

 어두운 밤, 여성들은 짧은 치마를 입지 않아도, 온 몸을 롱패딩으로 꽁꽁 감아 놓아도 두려움을 떨며 길을 걷는다. 반복적으로 뒤를 돌아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발걸음은 점점 빨라진다. 성범죄가 발생한다. 뉴스와 라디오, 인터넷 등을 가득 채운다. 더 이상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길 기도하고 강력한 처벌을 내려달라는 호소가 들려온다. 악몽 같은 시간이 끝날 무렵 새로운 성범죄가 또 발생한다.

성범죄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들이다. 많은 여성들은 본인들이 피해자이든 아니든 같은 여성이기에 피해자와 공감해 눈물을 흘린다. 강자가 약자를 휘두르는 시대는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여성들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성범죄가 발생한다는 몇몇 목소리는 여성들도 가만히 있지 말고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강력하게 대처하라 주장한다. 이에 여성들은 호신용품을 지녔고 호신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경찰청 홈페이지 등에서는 성범죄 대처법을 알렸다. 각종 시민단체나 공공단체에서는 대처법을 여성들에게 홍보했다. 많은 여성들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스스로 성범죄에 맞서야 했다. 이러한 여성들의 변화는 우리 사회에서 당연한 것이 됐다.

여기서부터 의문이다. 왜 여성들이 대처해야 할까. 성범죄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인 남성들을 막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왜 남성들은 처벌만 받고 나면 끝인 걸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들이 껴안고 혹시 모를 보복조차 두려워하며 덜덜 떨어야 하는 걸까.

현재 우리 사회는 남녀 평등 시대에 도래했다. 하지만 성범죄 뿐만 아니라 성범죄 대처에서 조차 성차별이 존재하는데 어떻게 해야 뿌리를 뽑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진정한 남녀 평등 시대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 곳곳에는 여성을 향한 성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 같은 가격을 냈음에도 다른 식사의 양에서도, 택시를 탈 때마다 들은 유독 높아진 언성도, 육아휴직을 소망할 때마다 느껴지는 남성 상사의 눈빛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성 비율만이 높은 집단을 보고 사회적 제약을 느낄 때도 말이다.

남성 평등 시대가 오기까지 실행된 다양한 노력은 인정하는 바다.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필자 또한 느낀다. 더 이상 남성 위주의 사회는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움직임은 늘 일어난다. 현모양처라는 남성우월주의를 드러내는 단어를 입 밖으로 던져서도 안된다.

남녀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진정한 그 날까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사회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시작은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귀 기울여 주는 순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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