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제 욱

              철학과 2

 시대를 불문하고 집단 속의 리더는 가장 중요한 인물로 치부돼 왔다. 먼 과거, 국가에는 왕이 존재 했으며 이후 크고 작은 단체의 ‘리더’는 중요한 위치로 자리 잡았다. 현대에는 많은 회사들이 리더십을 보유한 사원을 채용하기 위해 리더십 육성 프로그램에 투자를 한다. 우리도 대학 내에서 리더십을 보유한 인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리더십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을까. 필자는 리더에 대한 개념을 신화로부터 한번 찾아봤다. 옛 사람들의 생각 속 리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문명만큼 신화의 수도 많지만, 필자는 메소포타미아 신화를 통해 과거의 리더에 대한 생각을 엿보았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는 태초의 신으로 두 명이 존재한다. 소금물의 신 ‘티아마트’(여성)와 민물의 신 ‘아프수’(남성)이다. 그들은 첫 번째 자식인 손위 신들을 낳았다. 그들이 처음으로 한 일은 아프수를 죽이고 그 시체를 집으로 가져간 것이다. 살아가기 위해 뭐가 필요한지 몰랐던 그들은 경솔하게도 아프수를 죽여 버렸고, 혼돈의 상징인 티아마트가 깨어나버린다. 티아마트는 13종류의 괴수들과 킨쿠라는 우두머리를 뽑는다. 손위 신들은 신들을 하나 둘씩 킨쿠와 티아마트에게 보내 그들을 저지하도록 한다.

하지만 그들을 낳은 대자연이자 혼돈에는 대항할 수 없었다. 계속 되는 패배속에 마르두크가 태어나게 된다. 마르두크는 몇 가지 능력을 가졌는데 바로 말하는 능력이었다. 또한 그의 머리에는 수 많은 눈이 달려있다. 즉, 마르두크는 말하는 능력과 보는 능력을 갖춘 신이다. 마르두크는 자신이 티아마트와 싸우는 대가로 자신을 신들의 왕으로 선출하고 자신이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갖게 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은 ‘보는 능력’과 ‘말하는 능력’을 갖춘 존재가 운명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르두크는 티아마트를 그물에 가두고, 킨쿠를 조각조각 나눠 세상을 만들고, 킨쿠의 피로 그 세상을 살아나갈 인간을 만든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엿볼 수 있는 것은 고대부터 생각해온 리더의 근본적 자질이다. 바로 보는 능력과 말하는 능력이다. 조직을 이끌어가고자 할 목적지를 볼 수 있고, 가는 동안의 장애물들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자고 사람들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존재야 말로 리더인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원리는 고대에서부터 이어온 숭고한 원리로서 지금도 변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도 더 잘 듣고 더 많은 것을 보는 자가 리더로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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