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을 성실하게 채워 제때 졸업해 매우 기뻐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건 행운

정민찬씨(예술디자인대학 미술학부 조소 전공)

2월 12일 오후 2시 노형오거리 인근 카페에서 정민찬씨(미술학부 조소 전공 4)를 만났다. 졸업 소감을 묻자 정씨는 “대학을 다니면서 목표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4학년을 마치고 졸업하는 일이다”라며 “주변에 학점이 부족해 졸업을 유예하는 친구들을 종종 본다. 4년 동안 휴학 한번 하지 않고(군입대 휴학 제외) 학점을 성실하게 채워 제때 졸업하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을 ‘유쾌한 실천주의적 몽상가’라고 소개했다. 무슨 일이든지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자신만의 재밌는 생각을 반영해 여러 가지 전시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특히 작년 아라대동제 기간 내에는 작은 미술축제와 같은 느낌으로 미술학부 주최 ‘Seed’ 전시를 총괄 기획해 관람객들 사이에서 참신하고 재밌다는 반응을 얻었다. 졸업을 앞둔 현재는 마이너 감성의 청년 잡지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

미술학부에 진학하게 된 동기는.

정민찬씨는 미술학도다. 2013년 예술디자인대학 미술학부에 입학한 정씨는 ‘조소’를 전공했다. 그는 “어릴 때는 미술 쪽으로 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원피스, 드래곤볼, 슬램덩크와 같은 소년만화를 좋아했다. 학교에서 공부하기보다 만화 속 좋아하는 등장인물들을 따라 그리는 일을 더 좋아했다”며 웃었다.

정민찬씨는 “고등학생이 되자 막연하게 ‘고등학교 졸업 = 대학교 입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했는데 중학생 시절 소홀히 한 공부를 따라가는 일은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학입시에 대한 고민이 생길 무렵, 그는 학교 수업 오리엔테이션 때 미술부 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3년만 열심히 그림을 그리면 대학에 들어가게 해주겠다’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정민찬씨는 입시 미술을 시작하게 됐다. 미술학부의 전공은 한국화, 서양화, 조소로 나뉜다. 정씨는 “2학년 여름방학 때까지는 수채화만 그렸다. 하지만 수채화 부문은 경쟁이 치열했다. 그래서 수시 시험 과목 중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적은 조소 두상 모델링으로 바꿨다”라며 조소 전공을 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2016년 예술디자인대학 미술학부는 미술학과로 전공 통합을 하게 됐다. 그는 “군 전역을 한 뒤, 1년을 쉬고 싶었다. 하지만 휴학을 하면 통합학년으로 소속돼 모든 전공을 배우고 미술 전공으로 졸업해야 했다”며 “미술 전공이 아닌 조소 전공으로 졸업해 ‘조소 전공자’라는 정체성을 지키고 싶었기에 한 번도 휴학하지 않고 성실하게 학교를 다녔다”며 조소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좋은 사람들 그리고 행복했던 시간.

예술디자인대학 미술학과의 한 학년 당 인원은 2~30명이다. 타 학과의 인원 5~60명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학년 내 세부 전공으로 나뉘면 10명 내외로 그 인원 더 줄게 된다. 정민찬씨의 조소 전공 동기 역시 7명이다. 그는 “학과에 학생 수가 적어서 모두가 가족 같이 친하다. 좋은 형, 누나, 동생, 친구들과의 추억이 많다”며 “미술학과 특성상 특이한 장비가 많다. 과방에서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 미러볼 조명 효과를 내고 클럽에 온 것처럼 놀았던 기억이 난다”며 추억을 회상했다.

미술학과는 그림을 그리고 조형물을 만드는 과제가 많다. 그는 과제에 필요한 도구들이 학교에 있어 과제를 하면서 학교에서 밤을 샌 경험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정 씨는 “수많은 과제를 하다 보니 학과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친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었다. 함께 참여할 친구들을 꼬셔서 이것저것 계획하고 꾸몄던 경험이 많다. 성적에는 딱히 욕심이 없어서 학내행사, 대외공모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1학년 때는 과 대표, 2학년 때는 단과대학 체육국장, 3학년 때는 기획국장, 4학년 때는 졸업전시회 준비 위원으로 활동했다. 소위 말하는 미술학과 ‘인싸(Insider의 준말.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였다.

졸업해서 뭐해 먹고 살지?

예술디자인대학의 취업률이 타 학과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 미술학과 전공을 살릴만한 일자리가 많은 편이 아닌 만큼 디자인 전공 학생들 말고는 취직에 불리한 경우가 대다수다. 디자인과 졸업생 역시 취직자리 부재로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정씨는 “1,2학년 때는 졸업이 멀게만 느껴져 걱정이 없었다”며 “하지만 군대에 다녀온 뒤 3학년으로 복학하자 알고 있던 선배들이 졸업해서 무언갈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금방 저렇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정씨는 학과 친구들 10명이 졸업할 경우 전공을 살려 예술 쪽으로 가는 학생은 많아야 1~2명이며 없어도 그러려니 한다고 전했다. 보통 취업하는 진로는 기본적으로 미술학원, 아동미술 교사를 하거나 자신의 사업, 공방, 편집샵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의 ‘미(美)’가 아름다움을 뜻하는 만큼 아름다움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것 같다”며 “요즘에는 누구나 손쉽게 디자인 툴은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 회사의 경우 순수미술 전공자의 감성적인 부문을 원한다고 들었다.

앞으로 사회가 발전할수록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야 하는 만큼 순수미술의 필요성이 높아지며 미술로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실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때 미술계의 거물, 위대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던 정민찬씨는 “현실을 보니까 미술활동을 유지하는 일이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느꼈다. 살면서 미술 관련 일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기보다 견문을 넓히기 위해 대학원 입학, 서울 상경 등 자신만의 길을 위한 계획을 세우며 노력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2017년 유럽의 3대 미술축제로 꼽히는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뮌스터), 도쿠멘타(카셀, 아테네), 베니스 비엔날레(베니스)가 10년만에 함께 개최됐다. 정민찬 씨는 직접 유럽에 가보진 않았지만 이 축제를 보고 영감을 받아 2018년 아라대동제에 씨드 전시회를 기획했다. 학교 전반에 작품을 설치해 놓고 관람자들이 직접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 형식의 전시였다. 어떻게 하면 관람자들이 더 재밌게 축제를 즐길 수 있을지 고민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정민찬씨는 “생각만 하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움직여야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무슨일이든 일어난다”며 “먼저 일을 저질러 보고 그 일을 수습하다 보면 성장하게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다”고 도전하고 생각을 실천하라는 말을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학내에도 다양한 인재들이 많다. 내 주변의 친구가 글을 쓰면 작가, 기획자로 섭외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학생 때는 실패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졸업하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들이 많다. 학생들끼리 서로의 관심사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하고 싶은 생각을 실천하길 바란다”고 진심 어린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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