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 졸업예정인 대학생 27.2% 졸업식 안 갈 것
졸업한 백수 보다 학교 오래 다니는 취준생 선호
졸업앨범 남기지 않는 학생들, 축하는 현수막으로

대학교에서 학위수여식을 마친 졸업생들이 텅빈 취업 게시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출처: 머니투데이>

졸업예정자인 국어국문학과 A씨는 2월 15일 열리는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A씨는 “제주도가 아닌 타지에 살고 있다.

취업 준비를 하느라 바쁜 와중에 졸업장만을 받기 위해 입학식에 참여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며 “졸업식에 참여하지 않아도 대리 수령을 하거나 택배로도 받을 수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부모님께서는 졸업식에 오고 싶어하셨지만 취업준비로 바쁘다고 말하니 이해해 주셨다”고 말했다.

“졸업식에 가야할 필요성 못 느껴”

잡코리아가 1월 21일 발표한 현재 취업현황과 졸업식 참석 여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4년제 대학 졸업예정인 대학생 1112명 중 27.2%(302명)가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즉, 10명 중 3명은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졸업식에 가지 않는 이유(복수응답)에는 ‘갈 필요를 못 느낀다’는 답변이 70.3%(212명)에 달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취업과 관련해 ‘취업준비를 하느라 바빠서’가 25.7%(78명), ‘취업ㆍ아르바이트 등 일하느라 시간을 못 내서’가 21.5%(65명), ‘취업이 되지 않아서’가 16.5%(50명) 순이었다.

‘졸업식에 갈 필요를 못 느낀다’는 답변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간호학과 졸업예정자인 B씨는 “매년 열리는 졸업식이지만 정말 썰렁하다”며 “외국 대학의 경우 유명인사가 학교에 와서 연설을 해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대학의 졸업식은 형식적인 연례 행사같은 느낌이다”라고 졸업식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과거에 비해 대학생 인원이 많아져 대학 졸업에 대한 희소성이 예전보다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교육개발원의 대학진학률 그래프에 따르면 19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27.2%에 불과했다. 하지만 1990년대를 기점으로 대학진학률은 80%에 이르게 됐다. 이제 대학 졸업은 소수의 학생들만이 누리게 되는 특권이자 희소가치가 있는 일이라기 보다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하게 되는 것이라는 대중성을 띄게 됐다.

졸업보다 취업이 더 중요

이어 올해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 10명 중 9명은 ‘정규직’ 취업이 되지 않은 채 졸업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졸업 전 ‘정규직으로 취업했다’는 응답자는 불과 11.0%(123명)에 머물렀다. ‘인턴 등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는 응답자도 10.0%(111명)에 그쳤다. 나머지 79.0%(878명)는 ‘아직 취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3년 전(2016년 1월) 같은 조사에서 ‘정규직으로 취업했다’고 답한 졸업예정자는 16.9%였으나 올해는 11.0%로 5.9%나 줄었다.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졸업예정자도 22.2%에서 10.0%로 12.2% 크게 줄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전년 동월 대비)’에서 실업자 수가 작년 1월보다 20만4000명 늘어 122만 4000명을 기록했다. 체감 청년(15~29세)실업률인 고용보조지표3도23.2%로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에 달했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됐던 과거와 달리 얼어붙은 고용시장의 영향으로 졸업함과 동시에 백수가 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이에 졸업해 백수가 되기 보다 학교에 오래 다니며 취업준비를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도 생겼다.

올해 8월 졸업예정인 영어교육과 C씨는 “졸업할 요건은 이번 학기가 끝나면 갖춰진다. 하지만 올해 코스모스 졸업을 할지말지 망설여 진다”며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되는 것도 아니고 재학생으로 남게 되면 학교에서 취업 지원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어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취업을 위해 졸업을 유예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변해가는 졸업식 문화

대학가에는 혼밥, 혼술, 혼영 등 혼자하는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졸업식에 가족도 부르지 않고 ‘혼졸(혼자 졸업)’하는 졸업생들도 적지 않게 생겼다.

졸업식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줄어든 것이 바로 졸업앨범에 대한 수요다. 2018년 2월 알바몬이 대학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졸업앨범 수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진 촬영을 한 대학교 예비 졸업생은 35.2%에 불과했으며, 사진 촬영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 예비 졸업생은 62.4%에 달했다. (무응답 2.4%). 

이들이 졸업앨범 사진 촬영을 하지 않은 이유 중 ‘졸업앨범이 필요 없어서(65.7%)’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며, ‘졸업앨범 신청 비용이 부담돼서(22.5%)’,‘같이 졸업하는 동기가 없어서(5.9%)’,‘의상, 메이크업 등 준비 비용이 부담돼서(5.4%)’,‘무응답(0.5%)’ 등의 답변이 있었다.

학생들은 사진 작가를 통해 졸업사진을 찍기보다자신들이 가진 휴대폰 카메라나 개인카메라를 이용해 가족, 친구들과 셀카를 찍는 경우가 많아졌다.

졸업식 내 축하방법에도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졸업식을 앞두고서 학내에 남아있는 동기와 후배들은 졸업하는 학생을 축하하기 위해 축하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몇 년전 인터넷에 올라온 현실을 풍자한 문구와 함께 졸업 축하메시지가 담긴 현수막 사진이 인기를 끌면서 현수막을 통해 졸업 축하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최신 유행이 됐다. 이제 단순히 ‘00선배님 졸업을 축하합니다’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은 찾아 보기 힘들다. 졸업생의 과거 엽기사진을 편집하거나 영화 제목을 패러디하는 등 기발하고 유머 넘치는 현수막들이 각 대학 캠퍼스에 넘쳐 졸업식 볼거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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