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새기 해가 떴습니다’오는 4월 21일까지
13인의 작가들, 다양한 시각으로 돼지 표현

전시관 앞에 마련된 공간에서 도민들과 관광객들이 새해 소망을 적고 있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돼지꿈을 꾸면 길몽이라 여겼다.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기도 하고 고사를 지낼 때 돼지머리에 절을 올리기도 한다. 이처럼 돼지는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이중섭 미술관은 2019년 기해년을 맞아 2월 13일부터 4월 21일까지 <도새기 해가 떴습니다> 전시회를 열었다. 이번 전시는 이중섭미술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13명의 작가가 돼지를 소재로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형상화한 돼지 소재의 작품 30여점을 전시한다.

도새기는 제주 방언으로 돼지를 뜻한다. 제주라는 섬의 특수한 지리적 여건상 돼지가 필요했으며 일찍부터 돼지를 사육했다. 작은 섬에서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가축은 돼지였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다. 나아가 경조사 때 돼지를 잡아 행사를 치르는 등 제주 사람과 돼지는 생활 속에서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돼지는 제주인의 삶 속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생명을 지켜준 은덕을 다한 동물이다.

이번 전시는 우리 옆에 늘 따라다니는 띠에 대한 관념이 우리에게 어떤 상징으로 남아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위해 마련됐다. 아직도 현대인은 자신의 신년 운세를 궁금해 한다거나 결혼의 사주단자를 중시하고 복권 당첨의 횡재를 바라면서 돼지꿈을 꾸기를 희망하고 있다.

전시관 앞에는 새해를 맞아 이루고 싶은 소망을 적는 장소가 있다. 제주도민들과 관광객들은 형형색색의 펜으로 새해소망을 꾹꾹 눌러적었다. 행복, 꿈과 희망,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한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작가들마다 각자의 기억과 경험, 표현방식

도 다르지만 전시된 작품들은 어디를 봐서도 돼지임은 확실하다.

제주에는 독특한 주거문화가 있다. 이런 문화는 전시된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통시에 돼지를 키우는 문화이다. 김산 작가는 민속촌을 가야만 볼 수 있는 과거 제주의 통시문화를 작품의 상징적 이미지들과 조화시켜 재해석해 그림속에 넣었다.

이미선 작가는 어렸을 때 과수원을 운영하던 시절의 추억을 그림으로 그렸다. 아버지를 도와 돼지 분만을 돕던 기억을 떠올리다보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고 한다.

양민희 작가는 자신의 기억 속 어머니와 자신의 관계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돼지를 의인화해 그림 속에 등장시켰다. 총 3개의 작품을 전시했다. 2개의 그림(섬의기억1, 섬의기억2)은 한없이 강해보이던 어머니의 삶 안에 있는 아픔, 거칠고 아픈 상황에서도 아이를 보호하려는 모성을 나타냈다. 마지막 그림(해와 달)은 돼지에 있는 그대로 접근하여 작업했다. 신라시대에는 왕릉 주위에 십이지신상을 조각하여 방위수호의 역할로 사용했다. 망자를 수호하는 의지 역시 누군가에 대한 소중함과 그리움이 있었을까하는 생각때문에 신라의 유물을 차용해 재해석한 그림이다.

아울러 고보형, 김기대, 박길주, 오민수, 오승용, 유종욱, 이명복, 임춘배, 현덕식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있다. 이중섭 미술관에서는 도민, 관광객과 친근하게 소통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고 우리가 살아가는 앞으로의 삶에 희망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는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이중섭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는 많은 작가들과 관계자들의 노력이 깃들어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내용의 전시를 열 계획이니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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