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 언보도부 기자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마지막회 대사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던 주인공 김혜자는 위와 같이 말하며 평생 그리워하던 젊은 시절로 돌아가 먼저 생을 마감한 남편을 만난다. 이것은 곧 주인공의 죽음을 뜻하지만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가자는 뜻을 담았다.

마지막 내레이션은 나에게 뭉클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살아서 좋다는 말보단 사니깐 산다는 생각을 가지며 걸어온 나의 21년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말이었다. 한편으론 이 각박한 사회 속에서 살아서 좋다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하는 이상한 안도감과 함께 묘한 쓸쓸함이 몰려왔다.

어쩌다 우린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행복에 불안해하고 실패에 대한 좌절을 삶의 숙명이라 받아들이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매해 초 각종 미디어는 취업한파와 과열된 경쟁에 대한 기사를 쏟아낸다. 게다가 N포 세대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에게 다시 한 번 괴로움과 외로움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도와줄 누군가를 찾기 힘들다.

사회의 ‘갑’들은 더 뜨거운 열정과 능력을 요구하고 고난과 역경 또한 지나간다며 방관하기 급급하다. 좌절에 빠진 이 시대의 청춘들은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나서야 하고 그 과정 속에서 망가져가는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곳은 없다.

아직 목표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불안정한 하루를 살아가는 청춘들도 많다. 나 또한 얼마 전부터 나름 확고했던 꿈이 불확실해짐을 느꼈고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건 무엇인지에 대한 혼란이 찾아와 밤잠을 설치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은 미래를 두렵게 만들었고 현재를 망가뜨린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아 아직도 나를 괴롭힌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걸 안다. 만일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아준다 해도 그 시간이 진정한 나의 인생일까.

우리의 찬란한 시절은 딱 한번 뿐이고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루 하루를 감사히 살아가야 한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이번 생은 처음이다. 누구든 서툴고 어려울 수 있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형 인간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던 하루들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건 어떨까. 우리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존재일 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현실을 자책하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사람들과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엔딩 내레이션 한 부분을 나누고 싶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사랑하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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