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수강신청 실패해 사인 받으러다니는 학생들
학내 커뮤니티서 강의매매 활동 성행문제
재정ㆍ공간ㆍ인적 자원의 부족으로 강의에 한계 있어

“교수님 사인 부탁드립니다”, “이 수업은 사인 안 해주니 신청 못한 학생은 돌아가세요.”

사인을 받으려는 학생과 이를 거절하는 교수. 신학기 대부분의 강의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몇몇 교수들은 연구실 앞에 ‘사인 받아주면 민원 들어옵니다’라는 문구를 통해 추가신청을 원하는 학생을 돌려보낸다.

학내 커뮤니티 앱인 애브리타임에서는 신학기 마다 과목 사고팔기가 성행한다.

학내 커뮤니티 앱인 에브리타임에서는 매학기 수강신청과 관련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온다. 몇몇 학생들은 ‘등록금을 내고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듣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 대학내일20대연구소와 국민일보가 전국 20대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42.7%가 ‘어쩔 수 없이 원치 않는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현재 제주대의 강의 개설 수는 한정돼 있지만 필수전공, 필수교양을 들으려는 사람이 많아 대부분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필수교양의 경우 1학년 때 전 학생이 수강완료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제주대에는 2500여명에 달하는 1학년이 수강할 수 있는 교양과목이 개설돼 있지 않다. 강사료, 기자재의 부족, 공간의 한계 등에 부딪혀 강의실에서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다 같이 듣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의 교수는 “교양수업은 발표와 질의응답이 많아 학생이 적어야 효율적인데 과도하게 몰려있어 힘든 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몇몇 교수들은 수업의 효율성을 위해 학생 수를 제한한다고 대답했다.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이 많아지다 보니 강의를 사고파는 행위도 나타나고 있다. 에브리타임 게시판에는 익명의 학생들이 ‘목23 OO과목 팔아요’. ‘가격 제시해주시면 쪽지 드릴게요’ 등 다양한 과목들에 대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방식은 수강신청을 한 학생이 A라는 강의를 신청 후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A강의 팝니다’라고 올리면 구매자가 가격제시를 한다. 조건이 맞으면 판매자는 A강의에 대한 수강을 취소하게 되고 구매자는 빠르게 그 과목에 대한 수강신청을 진행한다. 과목은 3만원에서 10만원 사이로 판매된다. 하지만 익명으로 진행되다 보니 규제하거나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몇몇 학과의 경우 학과 정원에 비해 전공 강의수가 부족하고 수강인원 제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의 행정학과 학생은 “전공과목 수강을 희망했지만 수강인원이 제한돼있어 신청하지 못했다”며 “학과 인원이 많은데 수강인원을 너무 적게 배정한 것 같다. 수강신청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번학기 휴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박병욱(행정학과) 교수는 “수강신청을 못 한 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싶지만 강의실의 규모에 한계가 있어 진행하지 못한다”며 “현재 강의에서도 학생들의 책상이 교단 바로 앞까지 와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김치완(철학과) 교수는 “수강인원을 초과하면 학생들은 교수들에게 사인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책임을 강사나 교수 등 개인에게 떠넘기는 방식을 학교가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학교가 잘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교육부에서 넉넉한 교육재정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정책의 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에서 충분한 인적자원확보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현재와 같이 진행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며 “해결을 위해 충분한 교육재정이 투입되고 교육인프라가 하루 빨리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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